포철.동국제강 컨소시엄 한보철강 인수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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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포항제철.동국제강 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인수금액으로 관련업계의 예상보다 낮은 2조원을 제시해 채권단과의 협상이 주목된다.

채권단은 "안건회계법인의 자산평가액 (약 5조원)에 크게 못미쳐 실망했다" 는 반응이어서 추후 협상에 따라 인수가액은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포철.동국은 29일 제일은행에서 실시된 한보철강 2차 공매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은 대신 자산인수 방식의 한보인수 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대등 다른 대기업들은 입찰에 불참, 이날 입찰은 자동 유찰됐다.

포철.동국은 의향서에서 ▶인수금액은 2조원으로 하되 장기저리로 분할 납부하고 ▶이중 4천3백29억원은 한보철강 협력업체들에 밀린 공사대금중 진성어음으로 확인된 공익채권을 우선 변제토록 현금으로 채권단에 주겠다고 밝혔다.

포철.동국은 또 아직 완공이 안된 한보B지구 설비중 열연.냉연공장은 올해안에 5천1백억원을 추가 투입해 조기완공시키되 코렉스설비는 항만.발전소등 인프라 구축과 연계해 공사재개 여부를 추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기자회견에서 "인수가액 외에 B지구 (열연.냉연.코렉스및 인프라) 추가건설비로 2조원이 더 필요해 총 4조원을 들이는 셈" 이라며 "제2의 한보가 되지 않으려면 인수가액을 2조원이상 지급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양사는 채권단에 줄 2조원은 A지구를 인수할 동국제강과 B지구를 인수할 포철이 정밀실사후 분할 정산키로 했으나 동국이 1조1천억~1조3천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포철이 낼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동국은 자산인수방식을 취하더라도 한보철강의 기존 종업원은 모두 받아들일 방침이다.

채권단은 다음달 1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나 2조원중 협력업체에 줄 5천억원을 제외한 1조5천억원만 손에 쥐게 돼 한보에 빌려준 6조6천54억원엔 크게 모자란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담보가 없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금융기관들과 진성어음 없이 외상값을 받아야할 협력.하청업체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또 1조1천여억원으로 추산되는 세금.지급보증등 우발 채무 처리문제도 남아 있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포철.동국과 수의계약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현대그룹과의 별도 협상및 3차 공매입찰 실시 여부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강만수 (姜萬洙) 재정경제원차관은 이날 포철.동국의 인수방침에 대해 "자산인수방식은 일종의 파산절차를 밟는 것으로 많은 손실을 떠안게 되는 채권단의 동의여부와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중인 법원의 인가여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민병관.이수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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