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하와이 바람을 잠재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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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꼭 우승하고 싶어요.” (미셸 위)

“첫 승은 이를수록 좋죠.” (신지애)

‘천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20)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프로 전향 후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는데…”라는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다. 머리를 치켜들고 하늘을 쳐다보더니 “우승하고 싶다”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도 “되도록 빨리 첫 승을 신고하고 여유있게 신인왕을 향해 질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지애와 미셸 위가 13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후쿠의 터틀베이 리조트 골프장 파머코스(파 72·6582야드)에서 개막한 LPGA 투어 SBS오픈에서 힘차게 출발했다. 신지애는 맏언니 정일미(37·기가골프), 미국의 케이티 푸처와 함께 공식 데뷔전을 시작했다. 미셸 위는 호주 유학생 강혜지(19), 2부투어를 통해 LPGA 무대에 진출한 박진영(23)과 함께 스타트했다.

승부의 변수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와이의 무역풍이다. 오전에는 시속 15~20㎞의 미풍이 불지만 오후가 되면 시속 40~50㎞의 강풍이 불기 때문에 바람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15일 최종 3라운드 때는 비까지 예고돼 있어 비바람이 승부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스윙코치인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제자인 미셸 위의 우세를 점쳤다. 레드베터는 미셸 위의 LPGA 투어 정식 데뷔를 ‘신새벽의 출현’에 비유하면서 “미셸 위는 이 코스를 자기 손등처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위는 “집중력을 높이면서 낮게 샷을 구사해야만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경험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제주도의 돌풍 속에서도 우승한 경험이 큰 자산이다. 신지애는 “하와이 바람은 제주의 바람과 또 다르다. 공중에서 부는 바람의 세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또 교제한 지 2년 정도 됐다는 동갑내기 남자 친구 얘기도 꺼냈다. “남자 친구는 현재 대학생 골프선수인데 주로 (화상)전화로 통화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고 밝혔다.

카후쿠(하와이)=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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