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북아사령부 창설 구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이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있는 육군 1군단 사령부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座間)기지로 옮기려는 계획 등은 동북아사령부(North-East Asia Command) 창설 구상에 따른 것이라고 주한 미 군사소식통이 13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일본에 대장이 지휘하는 동북아 통합사령부를 창설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라며 "이 사령부가 신설되면 산하에 한미연합사(CFC)를 제외한 주한미군.주일미군 등이 배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주한.주일미군 재조정과 관련, 육군 1군단의 일본 이전 외에 ▶주한미군 1만2500여명 감축▶주일 미 공군사령부와 일본 항공자위대 사령부의 통합 운영▶오키나와 해병대 일부의 홋카이도 이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이 사령부와 한미연합사의 지휘 관계, 주한미군(연합사 제외)및 주일미군을 지휘해온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의 관계 설정은 아직까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 사령부가 생기면 한국에 대장이 남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 육군대장(리언 러포트)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사는 각각 미 합동참모본부와 태평양사의 지휘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와 관련, 한미연합사에 '동북아 워게임센터(Battle Simulation Center)'를 설치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일본 쪽에 이 센터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다른 군사 소식통은 전했다.

이 센터는 테러.마약.난민 사태 등 동북아에서의 각종 위기상황에 대비해 작전계획을 입안하는 곳으로, 동북아사령부가 신설될 경우 작전계획 및 시나리오 개발의 핵심 부서가 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놓고 이달 말 연합사에서 회의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동북아사령부 창설 구상에 대해 "미국 쪽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본토 합참의 직접적 지휘를 받는 한미연합사의 지휘체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영환.김민석 기자

[뉴스 분석] 무게 더해가는 日 핵심기지化

동북아사령부는 21세기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을 수행하는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 사령부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포함해 북한 난민 사태, 대만과 중국의 양안 사태, 테러, 대량살상무기, 마약 문제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군사적인 조치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선 사령부가 일본에 설치된다는 것은 일본이 동북아의 핵심 허브기지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미 해외군사력 재편(GPR)계획의 일환이다. 동북아사령부 안이 처음 나왔던 1990년대 중반에는 이 사령부가 당연히 서울에 세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동북아사령부가 일본에 설치될 때 먼저 대두되는 문제는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과의 관계 설정이다. 주한 미 지상군에 대한 지휘권이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동북아사령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2사단의 상급 부대인 미 1군단이 미국 포트루이스에서 일본으로 옮겨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는 일본에 설치될 동북아사령부가 한반도의 배후에서 주한미군의 작전을 지휘 및 지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울에 두려고 했던 동북아 워게임센터를 일본으로 바꾸려는 미국의 생각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미연합사나 유엔사령부가 곧바로 해체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군의 위협에 대비한 한.미 연합 작전계획은 한반도에만 적용할 수 있는 독특한 군사계획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작전계획을 동북아사령부로 이관하려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생물.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거나 재래식 군사력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는 동북아사령부와 한미연합사가 병립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