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 정부는 원칙에 충실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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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아사태전만 해도 연초의 경제전망을 상향수정할 정도로 경기회복징조가 뚜렷했다.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안정돼 무역수지적자폭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그만큼 자동차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도 문제지만 1만7천여개 협력업체의 동향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었다.

여기서 정부가 당장 할 일은 막연한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 명분은 기본적인 신용질서를 지킨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금융기관에 대한 특융도 검토할 수 있겠지만 금융기관의 경영개혁이 전제돼야 할 일이다.

정부는 원칙없는 지원으로 그 입장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기아차는 이미 국제화된 다국적기업이므로 다른 나라가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을 걸어 문제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관련 대기업이나 채권은행 모두에게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회생가능한 방안을 찾아야지 감정을 내세워 될 일이 아니다.

추세로 보아도 자동차산업의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따라서 급전 (急錢) 을 융통받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경쟁력회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특정한 승자를 선택해 보호벽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이 촉진되도록 하고 시장에서의 조정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제도정비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의 인수.매각및 합병시장의 활성화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나쁜 한 두개 기업때문에 전체 그룹이 수렁에 빠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기업을 사고 파는 시장이 꼭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韓悳洙) 통산부차관이 특정한 업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합리화시책을 지양하고 기업이 시장기능에 따라 조정되도록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은 옳다.

기왕에 정부가 기업합병이나 업종전환을 위한 제도개선을 천명한만큼 기아사태를 계기로 서둘러 실천에 옮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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