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인 머리모양 '유행 탄 500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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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피발.수발.쪽머리.가체머리.거두미.씨머리 등. 사극에서나 얼핏 들어봄직한 전통 고전 머리 모양이 컬러풀한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재현된 책이 발간됐다. 방송국의 고전머리 시술 프리랜서이자 미용인인 손미경씨가 최근 출판한 '한국여인의 발(髮)자취'(도서출판 이환)가 그것.

저자가 한국 역사서적은 물론 중국 고전을 이 잡듯 뒤져 집필한 460쪽의 책에는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머리 스타일을 통해 맘껏 맵시를 보이던 한국 여인들의 멋이 담겨 있다.

여인들이 머리를 다듬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빗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 생긴 뒤부터의 일.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검고 아름다운 긴 머리카락이 생겨났다. 그 이전에는 풀어헤친 머리, 즉 피발(披 髮)을 했다. 단군시대에는 '땋은 머리'라는 보다 세련된 머리 모양을 권장했다는 기록이 여러 자료에서 나타난다.

삼국시대에는 위로 올린 새로운 형태의 헤어스타일이 등장했다.

이제까지는 빗거나 땋아 머리 뒤로 내릴 줄만 알았던 데서 한 단계 진일보한 것. 통일신라시대에는 당나라에서 유행하던 화려한 가체 머리가 유입돼 머리 모양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일종의 가발인 가체를 이용해 높이 솟아올린 머리에 금.은.비취 등으로 만든 장식품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더해줬다.

고려시대에는 '추마계'라는 머리 모양이 유행했다.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묶었는데 그것이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했다고 한다. 이는 송나라에서 수입된 헤어스타일.

조선 여성의 대표적인 머리모양은 쪽진 머리와 땋은 머리였다.

쪽진 머리는 가리마를 타고 양쪽으로 곱게 빗어 뒤로 한줄로 땋아 댕기로 끝을 묶은 뒤 쪽을 만들고 비녀로 고정시킨다. 저자인 손씨는 "조선 여성의 청순하고 세련된 모습을 대표하는 머리가 쪽머리"라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한때 가발을 이용한 가체머리가 유행해 영조 때는 조정회의에 가체머리가 안건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소 한마리 값이나 되는 가체비용 때문에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사대부 집안에서 유행했던 것. 때문에 영조 32년에는 가체 머리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궁이나 왕족녀들이 한 큰 머리인 거두미, 여아들이 태어나 처음 단장하는 머리인 배씨머리,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 발뒤꿈치까지 떨어졌다는 땋은 머리 등도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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