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점짜리 교통준법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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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율이 1백점만점에서 51점에 불과하다는 교통문화운동본부와 삼성자동차의 조사결과는 우리 교통문화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제5위의 자동차생산국이고 15번째로 자동차 1천만대시대를 맞은 나라의 교통법규준수의식이 이 정도라니 부끄럽고 걱정되는 일이다.

이번 조사는 안전벨트 착용.정지선 준수.방향지시등 점등 등 운전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법규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전체운전자의 절반가량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달리는 흉기속에 살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조사내용중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은 방향지시등이나 일몰.우천시 전조등 점등에 비해 교차로의 정지선 준수.안전벨트 착용.철길 건널목 우선멈춤 등의 준수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운전자들의 조급성과 안전불감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왜 '교통사고 왕국' 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는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경찰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의절반이상은 음주.과속등을 제외한 사소한 운전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

운전자의 의식이 '설마 사고가 나겠는가' 혹은 '이까짓 것쯤이야' 하는 식으로 안전의식이 무뎌져 있고 자기편의위주로 되어 가기 때문이다.

교통법규 준수여부는 단순히 교통질서만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남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운전자들이 알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과속이나 음주운전 등 중대과실도 기초를 무시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교통법규를 운전면허 딸 때만 외고 잊어버려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운전자들의의식이 고쳐지지 않는한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발생률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자각뿐만 아니라 관련법이나 시설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의 도로교통법은 범칙금수준등 선진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법행위의 단속도 행정력에만 의존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선진외국처럼 시민들의 감시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행정력의 부족을 보완할 수 있도록 무인단속 카메라를 확대해나가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운전자들의 의식도 차차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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