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겸영 자유화 향해 나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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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의 대표적 민영방송사인 TV아사히가 이달 1일로 개국 50주년을 맞았다. TV아사히는 한 달 전 아사히신문, 일본의 이동통신업체인 KDDI와 손잡고 크로스미디어를 전개해나가겠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른바 ‘신문-방송-통신’의 융합을 이뤄낸 셈이다. 신문과 방송의 융합을 놓고 갑론을박 중인 한국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번 미디어 융합 작업을 주도한 기미와다 마사오(君和田正夫·사진) 사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문·방송·통신의 세 기둥 외에 ‘3.5’가 되게 하는 새로운 뭔가가 필요할지 모른다”며 끊임없는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의 미디어법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인터뷰는 2일 오후 도쿄 롯뽄기의 TV아사히 사옥에서 진행됐다.

-개국 50주년을 축하한다. TV아사히의 과거 50년과 앞으로의 50년을 표현한다면.

“이제까지의 50년은 압도적 힘을 갖고 있던 신문을 따라잡고 추월하는, 경쟁 방송사를 따라잡고 추월하는 50년이었다(TV아사히는 일본 민방 5개사 중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임). 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은 미디어복합체를 통해 ‘미디어 종합력’을 여러 분야에서 발휘해야만 하는 50년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신문이면 신문, 방송이면 방송이란 ‘개체로서의 50년’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복합체로서의 50년’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연말 ‘TV아사히-아사히신문-KDDI’간의 방송·신문·통신 간 미디어 3자 융합을 발표했다. 이 같은 혁신에 나서게 된 배경은.

“TV광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일본에서 130~140년 역사의 주요 신문들도 수년 전부터 힘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 방송도 신문도 힘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일단 매스미디어, 즉 신문과 방송이 힘을 합하고, 한 발 더 나아가 퍼스널미디어인 정보통신(IT)분야와도 융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그동안 매스미디어는 (이용자가) 돈을 내고 사고 싶어할 정도의 가치는 창출해내지 못하게 됐다. 이는 한국도 사정이 비슷하리라 본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을 결합하고 여기에 (이용자가) 돈을 내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치를 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이제 그 구체적 비즈니스를 올 6월경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 미디어 업계를 보면 후지TV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를 비롯한 5개 회사와 공동으로 합병회사를 설립하는 등 신문·방송·통신의 기존 울타리를 초월한 ‘크로스미디어’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향후 미디어는 신문·방송·통신 세 기둥의 융합으로 굳어지는 건가.

“어려운 문제다. 방송은 지상파 말고도 BS(방송위성)를 통한 방송,CS(통신위성)를 통한 방송 등 다양화되고 있다. 또 휴대전화에 ‘원 세그’(휴대단말기용 지상디지털방송)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크게 보면 신문·방송·통신의 세 기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뭔가 부족한 게 없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 그게 뭔지는 아직 확실히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신문·방송·통신의 3개 기둥에서 더 나아간 ‘3.5’ 형태의 미디어가 나오게 될지 모른다. 다만 종전처럼 TV에서 방영한 콘텐트를 이동통신에 단지 ‘2차 이용’형태로 돌리는 식의 형태로는 큰 비즈니스가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독자적 콘텐트가 나올 것으로 본다. “

-과거에는 지상파 TV를 갖는 것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하나의 특권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어렵다고 하는데.

“일단 광고수입이 대폭 줄고 있다. 제작비와 인건비를 어떻게 줄여 갈지 매일같이 회의한다. 위기 상황을 맞아 TV아사히는 향후 2년간 모든 걸 바꿔간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매스미디어도 퍼스널미디어도 모두 약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큰 미디어그룹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길을 빨리 찾아야 한다. TV아사히의 경우 앞으로 2년 내에 크로스미디어의 방향성을 내놓을 수 있는 조직 만들기에 나설 것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할 경우 20%의 보유지분 이내에서 방송을 겸영하게 하는 내용의 미디어법을 제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글로벌 미디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디어 간 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반대세력은 신문·방송 겸영을 반대한다. 어떻게 보나.

“‘20%’라는 룰(rule)을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것인가. 20%라는 규제를 두어도 안 된다는 소리인가. 그럼 신문사는 방송에 나오지 말라는 거냐. 어떤 층이 반대를 하는 거냐. (주로 야당과 기존 방송국들이 ‘여론독점’ ‘대기업의 이해가 반영될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설명에) 그런 논리라면 나 같은 아사히신문 출신이 TV아사히의 사장으로 오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인가. 신문·방송 겸영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이 역사가 달라 단순 비교는 힘들어 딱 이렇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신문·방송 겸영) 자유화로 향해 나아가는 게 옳다고 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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