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동성동본 금혼 '헌법불합치' 결정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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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단순위헌 의견 (金容俊.金汶熙.黃道淵.申昌彦.李永模 재판관) 동성동본금혼제는 결국 유학 (儒學) 과 족벌적.가부장적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 가족도 핵가족화 돼가고 특히 여성의 지위향상등 가족내의 역할분담과 의식도 달라졌다.

특히 산업화와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김해 金씨나 전주 李씨등 대성 (大姓) 의 경우 각각 3백만명이 넘어 동성동본이 금혼의 기준으로서 합리성을 찾기도 힘들다.

촌수를 계산할 수 없을만큼 먼 혈족과도 혼인을 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이념과 규정에 반하며 특히 남계혈족에 한해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또 유전학적인 해 (害)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바 없고 사실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한 규제는 국가차원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구성원들의 의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의견 (鄭京植.高重錫 재판관)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오면서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이 되었을뿐 아니라 윤리규범으로 터잡게 되었고 이와같은 혼인풍속.윤리의식을 반영하여 법률조항을 입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족법 특히 혼인제도는 입법부인 국회가 우리민족의 전통.관습.윤리의식.친족관념.우생학적 문제등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재량 사항이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여도 입법부인 국회가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윤리의식.친족관념 특히 국민의 혼인윤리 의식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새 혼인제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합헌의견 (李在華.趙昇衡 재판관) 혼인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전통.풍속에 강하게 지배되는 보수적.역사적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6백년 이상 지켜내려온 혼인풍속으로서 우생학적 근거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강한 숭조의식과 일체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성씨의 분포나 인구를 감안하면 이 규정이 배우자 선택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우리의 관습상 남계를 중심으로 한 것이 여성차별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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