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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NASA 도움 받아 ‘특이점 대학’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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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05면

“2045년 인간이 영원히 사는 시대가 열린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61·사진). 커즈와일이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총장이 된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기술오락디자인(TED)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음 세대 인류가 맞을 중대한 도전에 대비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특이점 대학’을 올해 6월 설립한다”고 밝혔다.

‘2045년 영생 시대’ 주장한 미래학자 커즈와일

대학의 이름은 2005년 자신이 펴낸 유명한 저서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에서 따왔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특이점 대학의 설립을 지원한다. 특이점 대학 설립은 미국의 우주연구 후원단체인 엑스 프라이즈 재단의 피터 다이어맨디스 회장이 2년 전 커즈와일에게 처음 제안했다.

이후 구글의 공동 설립자 레리 페이지와 NASA 에임스 연구센터 소장 사이먼 피트 워든이 돕겠다고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구글은 특이점 대학 설립을 위해 이미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자금을 내놓은 상태다. NASA는 캠퍼스가 캘리포니아의 ‘NASA 에임스 연구센터’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배려했다.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세기 기술 발달 경향을 분석해 보면 그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2029년께면 인간의 지능과 구별이 안 되는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2045년께는 인간의 지능보다 수십억 배 이상 똑똑한 기계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2045년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의 역사가 그 이전과 단절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커즈와일은 2045년 이후 인간의 수명이 무한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십억 개의 미세한 기계(나노로봇)가 인간의 몸에 들어가 건강을 유지시키고 기계지능이 인간지능과 결합하는 ‘사이보그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가 곧 에너지·환경·질병·가난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환갑인 그는 특이점을 목격하기 위해 하루 150알의 영양제를 복용하고 매주 50여 가지의 생리적 지표를 측정하는 등 특별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커즈와일의 이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기술지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인 이론”이라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4일 “구글과 NASA가 ‘특이점 대학’의 설립 지원에 나선 사실은 커즈와일의 이론이 주류 학계에 의해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커즈와일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류가 처한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지만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파괴적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본지 2008년 12월 21일자 14면>

특이점 대학은 올해 첫 신입생 30명을 받아 향후 120명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정식 학위가 수여되지 않는 ‘싱크탱크’식의 연구기관으로 운영된다. 9주 코스의 강좌에 학비는 2500달러 정도며, 강의는 최근 급격한 발달 속도를 보이는 바이오, 나노, 인공지능 등의 분야가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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