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프로야구에도 학력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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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고졸선수들의 강세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명문대 졸업에 국가대표라는 간판은 프로야구에서 성공의 보증수표였다.스카우트의 초점도 이들에게 모아졌고 이들은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그러나 최근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프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대졸선수들이 많아지는 반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해 일찍 꽃을 피우는 고졸선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명환.정수근(이상 OB).이승엽(삼성).박진만(현대).박지철(롯데).임창용.김상진(이상 해태)이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에서 성공을 거둔 고졸선수들.특히 95년 입단한 이승엽은 3년만에 국내 최고의 좌타자로 성장했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박지철은 허물어진 롯데의 마지막 보루로 전반기 방어율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차명주.손민한(이상 롯데).이성갑(한화).최원호(현대)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단한 대졸선수들은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특히 대형포수라던 진갑용과 최기문(이상 OB)은 한 템포 빠른 프로야구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프로야구 지도자들은“이미 대학졸업을 할 때쯤엔 결점이 굳어져 고치기가 어렵고 잘못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야구를 하다 상당수가 부상한채 프로에 입단한다”고 대졸선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반면 어린 고졸선수들의 경우엔 결점을 고치기도 쉽고 부상의 염려도 적어 잘만 다듬으면 대졸 국가대표 못지않은 선수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의 인식도 점차 바뀌어 국가대표를 거친 대졸선수보다 가능성 있는 고졸선수들의 입단 계약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추세다.

대졸선수는 뒤늦은 나이에 입단하는데다 군문제마저 겹쳐 팀에 기여할 시간이 고졸선수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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