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널드 헌 뉴질랜드 前정부개혁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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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뉴질랜드가 추진중인 행정개혁의 요체는 정부조직에 민간의 경영마인드를 과감히 도입해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지난 84년이후 뉴질랜드의 행정개혁을 이끌었던 도널드 헌 전 정부개혁위원장(63)은 8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무역협회.세계경영연구원 초청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뉴질랜드 행정개혁 현황과 성과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기본적인 개혁작업은 끝났다. 지금부터는 추진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보완.조정하는 단계다.그동안의 개혁작업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본다.중앙정부 기능을 과감히 줄였지만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철저한 원가개념에 의해 인원을 고용함으로써 문화부는 전체 인원이 12명밖에 되지 않지만 충분히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정부의 기능축소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개혁성공의 비결은.

“기업의 책임경영을 정부조직에 도입한 것이다. 장관부터 하위직까지 모든 공무원이 손익개념에 근거해 철저한 책임경영을 실시하고 있다.각 부처의 장관은 기업의 오너와 같다.장관과 부서장의 관계는 서비스 구매자와 공급자의 관계와 마찬가지며,일정기간 고용계약에 의해 관계가 유지된다.

지도자의 강력한 개혁추진력도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지난 10여년간 총리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개혁작업의 골격에는 변화가 없었다.출신 정당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의 장래를 우선 생각하는 뛰어난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개혁은 성공할 수 있었다.” -개혁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저항을 극복한 방법은.

“개혁에는 어차피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대규모의 개혁작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조기 퇴직자들에게는 보상금을 지원하고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을 통해 생계보장을 도모했다. 여기엔 지금까지 약15억달러가 들었다.” -정부조직을 손익개념에 의해 운영하다 보면 이기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을텐데.

“개혁 추진과정에서 발견된 큰 어려움이었다.충분한 토론을 거쳐 다수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하고 싶은 조언은.

“뉴질랜드의 개혁추진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참고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개혁을 시작했던 지난 84년에는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됐었다.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간 아르헨티나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고,그같은 위기의식과 공감대 형성이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 주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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