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확대 무기 노다지 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3백50억달러(31조여원)의'노다지'무기시장을 잡아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를 앞두고 서방 군수업체들간의 각축전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헝가리.폴란드.체코등 옛 동구권국가들의 NATO 가입이 실현될 경우 광활한 무기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까닭이다.

옛 동구권국가들은 NATO 가입을 열망해왔다.서방측 안보 우산에 들어감으로써 국방예산을 대폭 절약하겠다는 의도에서다.그러나 이같은'안보 무임승차'는 마냥 공짜가 아니다.신규 참여국에는 서방측 무기체계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돼 있기 때문이다.그간 옛소련식 장비를 사용해왔던 이들 국가는 자연히 엄청난 무기구매에 나서야 한다.

미 국방부는 현재 노후무기 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향후 13년간 새 NATO 회원국들이 모두 3백5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따라서 냉전종식 이후 무기감축의 시류속에서 판매난을 겪어온 무기상으로서는 이 엄청난 신흥시장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시작된 옛동구권국가 대상의 무기판매전은 크게 미국대 유럽의 대결로 압축된다.이가운데 강자는 단연 미국이며 특히 세계최대 무기생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선도하고 있다.이 회사는 예를 들어 10억달러로 예상되는 전투기시장을 놓고 자사제품인 F-16과 F-18을 판매하기 위해 맹렬한 로비를 전개중이다.이에 맞서 스웨덴과 프랑스는 각각 사브사의 JAS 39 그레펜과 다소사의 미라주 전투기를 가지고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헬기 적재용 대전차미사일도 현재 경합이 치열한 분야다.폴란드의 5억달러짜리 구매계획을 놓고 보잉사를 주축으로 한 미국 컨소시엄과 독일.프랑스 합작그룹인 유러미사일사가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들 무기상끼리는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나 한 차원 위로는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도 한다.즉 NATO의 확대범위를 넓힐 경우 나눠먹을'파이'도 커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이들 군수업체는 자국정부를 상대로 가능한한 많은 동구권 국가들을 빠른 시일안에 NATO에 가입시키도록 로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군수업체들과 달리 각국 정부,특히 미 정부는 신규가입국들이 과도한 군비지출로 경제난을 겪을까 우려하는 입장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구와 러시아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아야할 이들 국가가 또다시 경제난에 휩쓸려 정국이 불안해진다면 NATO 자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까닭에서다.그러나 정부차원에서의 우려와 달리 NATO군 장비와의 호환성등으로 인해 옛동구권국가들의 대대적인 무기개편은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서방 무기상들이 오랜만에 호황을 누리게될 것만은 틀림없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