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만에 풀려난 여성 "피해자들 고통만큼 처벌해줬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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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9)이 지난해 12월 31일 차에 6시간 동안 감금했다가 풀어준 여성 김모(47)씨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모씨는 4일자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남자를 다시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왜 나는 살려줬는지”라고 말했다.

강호순이 김모씨를 만난 것은 군포 20대 여성 안모(21)씨를 살해한 지 12일 만의 일이다. 김씨는 “뉴스에서 강씨의 얼굴을 보고 너무 놀랍고 무서워 밖에도 못 나가고 있다”며 “그 사람, 너무 착하게 보였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호순을)다른 사람들이 받은 고통만큼 처벌해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독신자 모임’에 나갔다가 강씨를 만났다. 이 모임은 남자는 2만원, 여자는 1만원만 내면 참석이 가능한 30∼50대의 사교모임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차 자리에 모인 30여 명 가운데 (강씨가) 잘 생겨서 눈에 띄었다”면서 “그런데 말수도 없고 자리도 멀리 떨어져서 이야기는 한마디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씨는 오후 9시께 1차가 끝나고 2차로 나이트클럽에 갔으며, 클럽에서 강씨는 ‘옆에 앉아라. 시끄러워서 별로 얘기를 못 하니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접근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평소 ‘강호축산 대표 강호’‘강호양봉 대표 강호순’ 등 2개의 명함을 사용했으며 자신을 ‘강호’라고 소개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오후 10시께 강씨가 ‘답답하니 조용한 곳으로 나가서 얘기하자’고 했으며 밤 11시 30분께 클럽에서 나온 뒤 강씨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에 탔다. 김씨는 “아는 언니와 함께 동승했으며 언니가 내린 뒤 집 부근에서 내려달라고 했지만 강씨는 ‘소주 한잔 더 하자’고 하면서 저수지로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씨가) 자꾸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바닷가라고 보라고도 했는데 아무리 봐도 저수지 같은 곳이었”면서 “날이 꽤 추워서 옷을 얇게 입고 가 추워서 싫다고 했더니 도로 차에 타라고 했다. 걸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이후 다시 차를 타고 횟집으로 이동해 소주를 마신 뒤 밤 12시께 다시 차에 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려달라고 해도 계속 운전을 해 감금당했다고 생각했다.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모텔 앞에 차를 대놓고 술 취해서 못 가겠다고 했다. 자꾸 후진해서 편하게 쉬자고 해서 안 하겠다고 버텼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들어갔으면 큰일 났을 것이다. 모텔 앞에서 오전 4시까지 있었고 그 사람은 그냥 잤다”면서 “내려서 택시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못 가게 하면서 자기를 못 믿겠느냐고 하더니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씨가 소변이 마렵다고 차에서 내린 뒤 도망가고 싶었지만 택시도 없고 잡힐까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씨는) 모텔 앞에서 소변이 마렵다고 차를 몰고 나갔다. 큰길에 멈추더니 소변보고 오겠다고 나가면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도망가다 잡히면 더 당할까봐 도망도 못 가고, 택시도 없고. 들어와서 30분 더 자고 6시 조금 넘어서 빨리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일어나서 집에 바래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강씨는 차 안에서 백지영과 이선희 노래, 최신가요가 담긴 테이프를 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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