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성탐사와 한국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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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패스파인더호의 화성착륙은 인류의 우주탐사에 또다른 신기원을 수립했다.지난 76년 이 붉은 별에 처음 착륙한 바이킹호는 6년간 5만여장의 사진을 보내 왔다.이번 탐사선은 이동탐사 로봇인 소저너를 탑재하고 있어 토양채취및 분석은물론 생명체의 존재여부에 대한 단서도 찾게 된다.그때와 비교가 안될 풍부한 과학적 업적을 거두리라 생각된다.

지난 69년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후 태양계안에 있는 행성들은 모두 인간의 면밀한 관찰대상 또는 방문목적지가 되고 있다.이번 패스파인더의 성공으로 유인 화성탐사계획도 개척된다.

우주개척이 진전될 때마다 달 착륙때처럼 우주탐사 무익론이 나올 수 있다.그러나 이번 패스파인더 프로젝트에 든 돈은 모두 2억6천만달러로 바이킹계획의 20분의 1밖에 안된다.세계의 군사비가 조(兆)달러 규모니까 인류가 마음만 바꿔 먹으면 우주탐사 비용은 무리없이 마련될 수 있다.더구나 우주탐사기술이 연륜을 더해 가며 노하우를 축적하면 할수록 그 비용은 체감되는 것 아닌가. 우주탐사기술이 갖다주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등 전후방에 걸친 대규모 기술파급효과에 주목할 때 한국의 우주과학기술은 어디에 위치하는지 묻게 된다.세계 10위권 항공기산업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첨단기술위원회 보고서는 항공.우주산업기지 건설을 당면목표로 내걸었으나,그후 감감무소식이다.소리만 요란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 우주과학기술에 화성표면을 구르는 소저너가 새로운 각성제가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이 로봇의 팔 제작에 나사(NASA)소속 재미 과학자 박영호박사의 연구가 활용됐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우주과학의 첨단기술을 원용한 무궁화위성이 헛돌고,정보고속도로 건설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아무도 챙기지 않고,꿈과 창의와 이상을 심어줘야 할 학교 과학교육이 꿰맞추기 입시교육에 짓눌려 있는 상태에서는 남의 개가(凱歌)에 박수만 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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