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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먹튀’ 논란 끝내고 구조조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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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쌍용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자동차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쌍용차의 문제는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 200개 협력사와 평택 지역경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쌍용차와 상하이차의 문제가 한·중 국민의 감정 문제로 비화된다면 대중 수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쌍용차 문제는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과는 다른 신속하고 차분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는 먼저 소모적인 ‘먹튀’ 논란을 지양해야 한다. 상하이차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자회사의 기술 지원을 받은 것인데 언론이나 노조에서 상하이차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쌍용차가 법정관리까지 오게 된 것은 기술 유출이 아닌 다른 데 원인이 있다.

쌍용차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SUV와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감했다는 데 있다. 지금은 유가가 진정됐지만 한번 고유가에 고생한 소비자들은 다시 SUV와 대형차로 회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쌍용차가 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하여 제품 라인업이 노후화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쌍용차의 매출이 30% 이상 줄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쌍용차의 부진 이유는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내수 대 수출 비율을 3대7로 구성했지만 쌍용차는 5대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쌍용차의 부진 원인이 다른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유출 논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동이다.

쌍용차의 입장에서도 계속되는 논란은 중국 여론을 악화시켜 중국 소비자가 쌍용차를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SUV 차량의 수요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죽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시장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개도국들이다. 이 중에서도 중국은 가장 큰 SUV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SUV에 주력하고 있는 쌍용차에 중국은 비켜갈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행동이 미래에 중국 소비자와 사업 파트너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정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쌍용차의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를 주는 단어지만 우리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뼈아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회사는 다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의 회생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도 위기에서 닛산차를 회생시킨 칼로스 곤 사장은 5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2만1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었다.

쌍용차의 경우도 수요가 대폭 줄어든 오늘날 종전의 직원 수를 떠안고 간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먼저 직원 수를 줄이고 추가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 전임자들도 생산현장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준준형 SUV 차종의 개발과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의 개발에 자금이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남을 탓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발전하지 않는다. 쌍용차 문제를 이제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자. 모두가 건설적인 일에 힘을 모은다면 쌍용차는 이른 시일 내에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경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