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쇠고기 밀수출 적발 2차 광우병 전쟁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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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 대 프랑스.독일등 인접국가간의'제2차 광우병 전쟁'이 벌어질 것인가. 해외반출이 금지된 영국산 쇠고기가 밀수출돼 왔다는 사실이 최근 적발됨으로써 영국과 주변국간의 해묵은 감정싸움이 폭발 직전이다.

이번 사태는 3일 유럽연합(EU)집행위가 그간 소문으로 나돌았던 영국산 쇠고기 밀수사례를 찾아냈다고 공식발표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EU집행위 클라우스 반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수출이 금지된 영국산 쇠고기 1천6백이 벨기에 중간상을 통해 네덜란드에 불법 수출된 것이 확인됐다”며“이중 7백은 네덜란드에서 압수됐지만 나머지 9백은 러시아와 이집트등지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에앞서 유럽의회내 사회당은 2일“자체적인 진상파악 결과 약 1천여의 영국산 쇠고기가 벨기에.북아일랜드 등지를 통해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등 이웃국가는 물론 러시아.이집트에까지 불법유통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영국산쇠고기에'구원(舊怨)'을 품어왔던 프랑스.독일등이 칼을 빼들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EU집행위및 영국측에 즉각적인 진상공개와 대책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는 영국정부의 감시소홀로 발생한 문제라며 영국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르 카나르드 엥쉔'지는 “영국 현역군인들이 쇠고기밀수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인터폴이 포착,수사에 착수했다”는 믿기 힘든 기사마저 서슴지 않고 게재할 정도다.

이처럼 민감한 반응뒤에는 나름대로의 배경이 깔려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자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에 항의한다며 핵심적인 EU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유럽통합을 볼모로'물귀신작전'을 폈던 것이다.양쪽간에 빚어졌던 치열한 대립은 결국 EU측의 금수조치 완화 검토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되긴 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측 행동은 다른 EU회원국들에'잊지못할'분노를 안겨주었다.반면 영국측은 별 심각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호들갑'을 떤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자국산 쇠고기에 대한 충분한 위생조치가 시행중이어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인식 차이에다 불유쾌한 기억으로 인해 이번 영국산 쇠고기 밀수로 인한 양쪽간 충돌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독일.프랑스 양국이 주축이 된 EU는 영국에 대한 새로운 제재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아울러 영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 철회는 이번 사태로 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게 일치된 시각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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