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논박형 논술문제 어떻게 대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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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논술고사에 익숙해지는 지름길은 인문사회과학적 지식,논리적 사고,정확한 표현력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일과 논제의 유형을 정확하게 숙지하는 일이다.

비판적 논증력을 측정하는 논박형도 그 유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 형식은 이화여대 95학년 눈술고사에 출제된'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을 비판하라'는 논제에서 정형화된 이후 각 대학의 시험에서 줄곧 나오고 있다.

97학년에는 형태가 다소 바뀌었다.서로 상반되는 두 관점을 제시문으로 주고 하나의 입장을 택해 상대의 입장을 비판하라는 식으로 출제됐다.서강대 인문사회계 논술고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제시문은 아름다움을 인간중심적으로 파악하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객관주의적 입장을 취한 반면,다른 제시문은 자연적 대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해석이 개입될 때라는 인간중심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가 실시한 98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자연계 논제도 논박형 논제로 분류될 수 있다.'과학이론이 객관적 실재의 반영이다','과학자들의 합의에 따른 가설에 불과하다'는 두개의 입장을 소개하는 제시문을 주고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논박형 논제가 측정하는 것은 상대의 주장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가 하는'비판적 논증력'이다.논제를 받으면 제시문의 쟁점.주장.근거를 분석해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상대방 논지의 약점을 찾아야 한다.방법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시문의 주장이 근거하고 있는 전제를 비판하는 것이다.잘못된 사실이나 가정에서 출발할 경우 그 결론(주장)이 아무리 훌륭하고 듣기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비판받을 수 있다.예를 들면 '인간이 선(善)하다'는 가정을 근거로'도덕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할 때'인간이 선하다'는 전제를 비판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전제(근거)로부터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의 논리적 약점을 비판하는 것이다.가령'인간이 선하다'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도덕적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는 주장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논술고사 채점 교수들은 수험생들이 논박형 논제를 풀때 저지르는 공통된 잘못은 논제에 대한 배경지식 부족과 논리적 사고능력의 빈곤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논박형 논술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특정의 쟁점에 대해 논쟁을 벌인 여러 글들을 모아 비교.분석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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