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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예술과 도시' 展 - 내달 9일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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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들의 도시 한가운데 공공미술(Public Art)이라고 이름붙인 예술품이 등장한지 6년 반. 건축비 1%를 예술품에 의한 미관장식에 사용토록 한 규정에 의해 91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조각들이 기대와는 훨씬 다른 길을 가고 있다.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고 도시생활에 생기와 활력을 제공하는 상징물이 되기는 커녕 도시의 추물이란 혹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건축주의 무관심,브로커가 개입된 과당경쟁,부적절한 심의,대책이 없는 사후관리.공공조각이 제기능을 잃고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돼 있다.엉뚱한 길을 걷고 있는 국내 공공조각의 문제에 있어 결코 제3자적 위치일 수 없는 한국미술협회(이사장 이두식)가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돌렸다.

갤러리현대에서 7월9일까지 열리고 있는'예술과 도시'전은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고 최근 설립된 공공미술 컨설팅회사 코펙과 갤러리현대가 주관하는 전시.모델이 될만한 국내외의 사례를 모아 공공미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고양시 호수공원내에 47높이로 세워진 윤동구.이형우 합작의 스테인레스탑,여의도 국회의사당앞 광장에 세워질 정보원의 초대형 유리시계판,이탈리아 로마 플라미니오 지하철 역사(驛舍)에 꾸며진 이두식의 벽화,프랑스 두에시(市) 수도국건물을 장식한 재불작가 이자경의 외벽장식등. 이외에 전시중인 심문섭.장선영.노은님.박모.최기석씨의 작품도 적어도 제대로 된 공공미술이라면 갖춰야 할 요소들,예컨대 공개경쟁에 의한 선정과정과 주위환경과의 조화,메시지를 담은 상징성등을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다.

거대한 공공미술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일 수 없는 이유에서 전시물은 미니어처와 사진 패널.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됐다.하지만 공공미술의 본령이'대개 이런 정도'라는 점을 살펴보기에는 손색이 없다.

심하게 말해,공공조각이란 이름 아래 서있는 상당수의 작품이 예술적인 도시의 얼굴을 되찾는 날이 오면 마땅히 깨부숴져야 할 대상이라고까지 지적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시는 찬찬히 음미해볼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사진설명>

국회 개원 50주년 기념 조형물로 최근 선정된 정보원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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