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자치 제대로 하자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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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아 지방자치를 하기 시작한지 다음달 1일로 두돌을 맞는다.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민선자치는 지역발전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행정에서 권위주의 색깔을 눈에 띄게 걷어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지역이기주의와 무분별한 개발바람 등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의 전반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지방자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자치를 한다고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아직 시늉에 지나지 않는 측면도 많다.제도와 의식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내무부가'지방자치발전 10대과제'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때늦지만 평가할만 하다.

현 자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집권적 잔재 때문에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권한이 미약하다는 점이다.91년 이후 지방이양합동심의회가 의결한 1천71개의 권한 가운데 아직도 3백여개가 이양되지 않고 있다.뿐만 아니라 사무의 대부분이 국가 위임사무로 묶여있어 중앙의 사전승인은 물론 사후감독을 받아야 한다.중앙정부가 감독자로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의 일은 기본적으로 자치단체의 구성원들이 책임지고 꾸려나갈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입법.행정.재정.인사권등을 보장해 줘야 한다.지방자치시대에 지역간 다양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지하철요금이나 수도료같은 공공요금도 중앙정부가 고삐를 쥐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간다.물론 환경이나 균형적인 국토개발,기간산업 등 국가차원의 통합과 관리가 필요한 업무는 중앙정부가 지도하고 통제하는 장치를 더욱 분명하게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드러난 지방자치제도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우리같은 좁은 나라에서 시.도,시.군.구,읍.면.동의 고비용 지방행정 계층구조가 필요한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또 현재의 제도에서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능력이 집행부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지방의회의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식의 개선이다.아무리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지방의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헛일이다.주민들이 어떤 대표를 뽑느냐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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