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음영담은 어둠속 영웅 '다크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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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다크맨'이란 이름은 불운과 한,우울과 분노,지하와 가면등의 의미를 한꺼번에 떠올리게 한다.90년'다크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해낸 샘 레이미 감독은 어둠속에서 외롭게 영화(비디오)에 탐닉해온 매니어들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악당들에게 당해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몰골이 된 다크맨이 분출하는 괴력으로 복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거나 실패로 낙담해 있는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운 위안이 됐다.

컬트영화 감독인 샘 레이미의 매력은 이러한 동정심 가는 영웅을 묘사하면서 화려한 화면구성을 통해 영화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특히 현대 도시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주는 필름누아르적인 이야기 구조에 하이테크를 그럴싸하게 접목시키는 탄탄한 구성력으로 비평가들도 꽤 높은 점수를 주었다.

기존 질서를 과감히 패러디해 우스꽝스럽게 만들면서도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수만 없는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통쾌감을 전달해 주었다.

주인공의 얼굴을 끔찍하게 만든 특수분장도 관심을 모은 이 영화를 한국에서는 소수의 영화광들만이 즐겨 봤지만 미국 등지에선 독창적인 SF 액션물로서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어 속편도 잇따라 나왔다.

최근 비디오로 나온'다크맨 3'(CIC)에서 샘 레이미 감독은 후배들에게 메가폰을 물려주고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따라서 컴퓨터 합성 피부제작등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남았으나 1편만큼의 신선함과 짜릿한 재미를 주기엔 미흡하다.

더구나 1편의 주인공 리암 니슨의 얼굴에 깊이 배어있는 우울함과 한의 이미지를 후속편의 주인공들이 따라갈 수가 없는게 결정적으로 아쉽다.

'다크맨 3'의 아널드 보스루나 2편의 주인공 킴 델라니는'다크'의 이미지보다 007이나 슈퍼맨의 주인공처럼 잘 생긴 편이어서'다크맨'고유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할리우드의 특수효과를 동원해 치고받는 액션에만 주안점을 둬 단순한 상업영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도 아쉽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소외된 자의 우울과 분노를 묘사한 SF물'다크맨'이 3편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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