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페레즈 고마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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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프로야구에서는 네 게임에서 홈런이 단 두개밖에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개의 홈런이 모두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었다. 하나는 선두 팀 현대의 6연승을 이끄는 끝내기였고, 또 하나는 꼴찌 팀 롯데의 7연패 사슬을 끊는 통쾌한 끝내기였다.

수원에서 현대와 LG는 8회까지 지루한 1-1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나 연장의 기미가 보이던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현대 박진만은 LG의 네 번째 투수 서승화의 2구째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롯데의 끝내기는 더욱 극적이었다. 7연패에 빠져 있는데다 올 시즌 아홉 차례의 연장 승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무4패로 부진했던 롯데였기에 1-1 연장전은 또 불길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1회말 1사 후 등장한 페레즈가 그 모든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페레즈는 타석에 들기 전 1루 더그아웃 위를 슬쩍 쳐다봤다. 부인 율헤드와 눈이 마주쳤다. 두살짜리 막내아들을 품에 안은 부인은 주먹을 들어올려 남편을 응원했다.

시계는 오후 10시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화 투수 정병희가 볼카운트 1-3에서 던진 127㎞짜리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방망이가 번쩍 하고 돌아갔고, 타구는 빨랫줄처럼 왼쪽 담장 너머에 꽂혔다. 13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페레즈는 1루로 뛰기 전에 부인과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페레즈는 "마지막 타석이라 끝내고 싶었다. 공이 휘어 나가기에 파울일까 조마조마했다. 연패를 끊은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은 기아를 5-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삼성 선발 전병호는 6이닝 동안 산발 3안타.무실점으로 기아 타선을 요리했다. 삼성은 3회 조동찬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5회엔 안타 4개와 볼넷 1개로 3점을 보탰다. 기아가 8회 1점을 따라오자 '소방수' 임창용이 등판했다. 임창용은 1.1이닝 동안 1안타.무실점으로 13세이브째를 따내 조용준(16세이브)에 이어 구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임창용은 8회말 타자로 나와 헛스윙 삼진,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잠실 경기에서는 두산이 SK를 8-4로 눌러 3연승으로 2위를 지켰다. 7이닝 동안 2안타.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두산 박명환은 7승1패로 레스(두산).김수경(현대)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에 올랐다. 박명환은 삼진 10개를 잡아 탈삼진 부문 단독 선두(91개)를 굳게 지켰다.

사직=김종문, 대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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