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등록금 카드결제 해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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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북 장수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상근(51)씨는 아들딸의 대학 등록금 650만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방 국립대 행정학과에 다니는 아들(23·2학년)의 등록금은 300만원, 사립대 영문과를 다니는 딸(21·1학년)의 등록금은 350만원이다. 김씨는 “사과 농사를 지어 버는 것이 1년에 2000여만원 정도”라며 “600만원이 넘는 목돈을 신용카드로 분납할 수만 있어도 숨통이 트이겠다”고 말했다.

상당액의 학자금 지원을 받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과 달리 농어민, 중소기업 직원, 식당 등 자영업자는 ‘자식 농사’를 위해 1년에 두 번씩 돈 문제와 씨름한다. 수백만원대의 등록금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 분납 제도라는 게 있지만 절반을 낸 뒤 한 달 뒤 나머지를 내는 정도여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는 해묵은 문제다. 각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줄기차게 카드 납부를 주장해 왔으나 허사였다. 수수료 3%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덫에 걸려 꼼짝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은 일상화돼 있다. 지난해 카드 결제가 300조원을 넘어섰다.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은 지난해 카드 결제액이 전년도보다 75.7%나 급증했다. 그런데도 등록금은 여전히 ‘예외지대’로 남아 있다.

대학들은 학기마다 200억~600억원의 등록금을 거둬 들인다. 카드 결제를 시행할 경우 12억~36억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대학 당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학이 은행·카드 회사와 협상하면 수수료를 낮출 여지는 있다. 예를 들면 카드회사들이 주장하는 1.5%대로 수수료를 내리고 대학이 내린 만큼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대신 카드사에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생들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려 대학과 카드사가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이다.

재학생 1만7000명인 전북대에서는 600여 명이 신용카드로 3개월 무이자 납부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 대학 윤석태 재무과장은 “돈에 쪼들리는 학생들이 ‘카드 분납으로 등록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다른 학교로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