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10년' 심포지엄 종합토론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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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참석자들은 종합토론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진행과정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 입장과 낙관적 입장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지적하면서도 성장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상당한 기대와 함께 평가하며 한국민주주의의 장래를 진단했다.

▶유세희(사회,한양대.정치학):6월항쟁 10주년을 맞아 두 학회가 한국민주화의 평가와 전망에 대한 학술회의를 갖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다루려다 보니 많은 제약이 따랐다.특히 종래의 양분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나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을 소홀히 한 것이 아쉽다.

▶강민(단국대.정치학):김영삼 정부는 군사정권이 이룬 경제성장의 신화를 깨지 못한 점,정경유착,날치기 통과의 반복,관료의 부패,미래에 대한 비전의 부재 등으로 민주주의 공고화에 실패했다.불행하게도 앞으로의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이중적 반역의 시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우매한 대중정치로의 전락인 대중의 반역과,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층들의 부패인 엘리트의 반역은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에 암영을 드리운다. ▶송복(연세대.사회학):4.19와 6.10을 비교하면 원인은 지나친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고 결과는 보수주의화로 볼 수 있다.보수주의는 기본성향인 불균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더이상 이상적 균형에의 집착보다는'적절한'불균형을 발전모델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안청시(서울대.정치학):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살펴보면 제도나 절차는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지만 실질적인 면은 겉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 문제를 이상적 잣대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조급하게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논할 경우 성급한 비관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이상주의에 입각해 과거와의 단절만을 주장하지 말고 지속되는 우리의 본질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상진(서울대.사회학):김영삼 정부의 정치적 위기는 집권기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위기의 연원은 30여년 동안 지속된 개발독재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진행되는 한국의 민주화는 확실히 그렇지 못한 국가보다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은 다른 측면에서는 엄청난'위험사회'를 낳았다.현재 제도권 정치와 균열된 양상을 보이는 시민사회의 열망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시민사회에서 내생적으로 발전해 가는 모델을 찾아야 한국 민주주의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시재(가톨릭대.사회학):6월 항쟁 이후 시민단체들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그러나 아직도 소수의 관념적 시민사회론자들에게 이끌려 지나치게 협소한 상태다.자생적인 시민사회 내부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곽보현 기자

<사진설명>

참가학자들은 종합토론에서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잣대와는 다른 이론적 틀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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