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대원군 초상화의 금관에 숨은 비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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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98)의 초상(사진)에서는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인 금관이 눈에 띈다. 이 금관은 연백(흰 안료)을 두껍게 바른 뒤 금을 얇게 입혀 입체감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조선시대 관복을 입은 전신상 초상화 44점을 분석한 『조선시대 초상화Ⅱ』를 28일 펴냈다.

국보 제110호인 고려시대 학자 이제현(1287~1367)의 초상, 보물 제1484호 조선 후기 관료 남구만(1629~1711)과 제1496호 윤급(1697~1770)의 초상, 제1499호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초상 등 당대 최고의 솜씨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박물관 측은 X선 사진과 현미경 확대 사진, 안료 분석 등의 기법을 동원해 과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조선 선조대(1567~1608)의 관리 정곤수(1538~1602)의 초상화는 청대 의복을 입은 그림 위에 조선 관복 그림을 덧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곤수의 초상은 지금까지 명나라 화가가 16세기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그림이 완성된 시기는 적어도 청이 건국된 뒤인 1616년 이후이며, 초상의 주인공이 다른 인물일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조선후기 문신 서매수(1731~1818)의 초상은 눈동자를 금으로 배채(비단 뒷면에 색을 칠해 올 사이로 색깔이 은은히 비치게 하는 기법)해 눈빛을 표현한 사실이 확인됐다. 눈동자를 이 기법으로 표현한 것은 정경순의 초상(1777년) 이후 두 번째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음 달 3일부터 상설전시실 회화실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중요한 초상화들을 전시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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