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스포츠 뉴 리더 ⑦ 김호곤 울산현대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파란색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눌러 쓴 김호곤(58) 감독이 헤딩 연습을 하는 선수들에게 볼을 높이 차올려 주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넥타이를 매고 결재서류와 씨름하던 ‘김 전무’의 모습은 간데없다. 2005년 10월부터 3년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직을 수행했던 김 감독은 “역시 나는 운동장 체질”이라며 ‘해방감’을 감추지 않았다.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김호곤 감독이 강동구장에서 훈련 중인 울산 선수들에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플레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지난해 말 울산을 맡은 김 감독은 선수단 상견례에서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울산은 ‘한 골만 넣으면 무조건 잠그는 축구’ ‘재미없는 수비축구’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8년간 팀을 맡았던 김정남 전 감독의 색깔이 너무 짙었다.

김호곤 감독은 “수비에서 한두 번 백패스나 횡패스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반드시 전진 패스를 하라”고 강조했다. 패스를 위한 패스가 아니라 공격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속도감 있는 패스를 하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우리는 화끈한 공격축구, 지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만한 축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의 문제는 수비에 있다. 박동혁이 일본 J-리그로 떠나고, 박병규가 입대하면서 탄탄하던 디펜스 라인이 흐트러졌다. 1970년대를 풍미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김 감독은 ‘공격 앞으로’를 외치기 전에 ‘수비 재정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김 감독은 1월 8일 울산 서포터스인 ‘처용전사’ 운영진을 클럽하우스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경기장 안은 내가 책임질 테니 관중석은 여러분이 책임져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팬이 없는 축구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하며 “떠나간 울산 축구팬을 다시 모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홈 구장을 시내 중심의 종합운동장으로 옮기는 것도 울산시와 협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문수월드컵경기장은 축구 전용 구장이지만 교통이 불편해 팬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아테네 8강 패밀리’가 다시 뭉친 게 무엇보다 든든하다. 이상철(53) 수석코치와 김성수(46) 골키퍼코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 감독을 도와 한국 축구 첫 올림픽 8강을 일궈냈다. 이 코치는 2006년 팀을 떠났다가 3년 만에 컴백했고, 포항에서 정성룡·김지혁 등을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성장시킨 김 코치도 “도와 달라”는 김 감독의 한마디에 두말없이 울산으로 내려왔다. 90년부터 선수와 코치로 20년째 팀을 지키고 있는 ‘울산맨’ 김현석(42) 코치도 힘을 보탠다. 김 감독은 “벤치의 팀워크는 우리가 K-리그 15개 팀 중 단연 1등일 것”이라며 “올해 내실을 다진 뒤 내년에 리그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울산=정영재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