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불법 폭력은 국가에 대한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불법 폭력이 일상화되고 폭력에 좌우되는 사회가 되었다. 국회의사당에 해머가 등장하더니 서울 용산에서 6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폭력시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선 연간 1만2000건, 하루 평균 약 35건 전후의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그중 연간 약 80건이 불법 폭력시위다. 전국 곳곳에 ‘물러가라’거나 ‘결사항전’을 외치는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붙어 있는 가운데 무단점거가 자행되고 전문 시위꾼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투적 사회’다.

한국의 법질서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멕시코와 함께 최하위권이다. 불법시위를 통한 요구 관철 비율이 29%에 달해 적법한 제도적 과정을 통한 요구 관철 비율 25%보다 높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전체 국민생산의 1.53%에 달해 매년 12조원이 낭비되고 있다.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집단을 형성해 목소리를 높이고 생떼를 쓰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근대적 전투 사회가 정착되어 온 것이다.

이번 용산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참사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불법 폭력이다. 사망자들은 전투적 사회에 내몰린 불쌍한 희생자일 뿐이다. 무법천지와 테러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과잉진압’을 말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얘기다. 법치국가에서 대규모 불법 폭력시위를 눈감고 방치하는 것, 그것이 더 문제다.

물론 진상조사 결과 진압과정에 과잉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체로 따로 처리할 사안이지 이번 참사의 불법 폭력 문제를 뒤엎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인명살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너가 60통이나 반입되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며 ‘새총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을 장시간 방치한 것이 더 큰 공권력의 책임이다. 그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특히 이번 참사의 배후세력은 오랜 기간 폭력투쟁을 주도해온 전국철거민연합이다. 그들은 경찰 진압에 대항하는 훈련을 해왔고, 전투 진지이자 지휘소에 해당하는 ‘망루’까지 설치하는 등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주도했다. 불쌍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정부와 경찰에 대항해 싸우게 하고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력 세력이다. 가난한 철거민들로부터 투쟁기금 명목으로 수천 만원의 돈을 추렴했다는 얘기까지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권력에 대한 공격은 곧 국민과 국가에 대한 도전이다.

시위문화 개선을 위한 비상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우리도 외국처럼 불법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시위문화를 바꿔놓아야 한다. 폭력적 시위문화를 바로잡고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집회·시위 관련 법을 손질하고 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넘어 쇠파이프, 시너, 화염병과 같은 불법 폭력으로 정부의 공권력에 대항하려 준비하는 것 자체부터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시위에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불법이라도 시작되는 순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에게 민형사상 책임과 보상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법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불법 폭력 시위에 휘둘리는 나라에는 미래도 없고, 그런 상태를 방치하는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 그 기본책무를 온전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그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살 수도 없다. 만약 정부가 불법 폭력 세력 앞에 무릎 꿇을 것이라면 차라리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김광동 자유민주연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