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홍콩반환과 대만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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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 워싱턴에서 가장 흥미있던 행사는 워싱턴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후쯔장(胡志强)대표의 프레스센터 연설이었다.주제는'대만은 홍콩이 아니다'. 홍콩 반환을 보는 대만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고 미국 여론의 호응을 촉구하는 웅변이었다.많은 미국인이 홍콩 반환을 논의하며 중국정부의 통일논리인'일국양제론',즉'1국가 2체제론'을 들먹인다.그리고 같은 논리의 적용대상으로 대만을 보고 있다.대만의 고민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현재 미국내 논의는 중국정부가 홍콩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중국식 통일논리의 적실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대만정부의 입지도 상당히 영향받게 될 것이라는 데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만으로선 이같은 논리를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처지다.胡대표는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만이 인권을 탄압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귀속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胡대표의 우려는 미국인들이 동아시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데 있었다.미 의회를 상대로 한 대만의 적극적 홍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미국인들의 둔감증(鈍感症) 때문이었다.

지역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몰(沒)이해는 홍콩 반환을 둘러싼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한 조사는 미국과 홍콩 주민들의 대조되는 시각을 보여준다.조사 결과는 홍콩 반환이 엄청난 혼란을 수반하며 중국 귀속에 대해 홍콩주민들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리라는 미국식 판단이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여론조사에 응한 미국인 4%만이 홍콩주민들이 중국 귀속을 원할 것이라고 답한데 반해 홍콩주민 62%가 중국 편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홍콩 반환으로 정치적 안정이 저해될 것이라 답한 미국인이 54%인데 비해 이를 걱정하는 홍콩주민은 18%에 불과하다.

이같은 인식의 편차를 보는 대만의 고민은 심각하다.더욱이 중국정부가 대미(對美)로비활동에 적극성을 보이고,중국을 악마시하는 미국내 일부 추세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는 현상은 대만을 불안하게 만든다.

홍콩 반환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고 대만은 워싱턴의 대중(對中)정책 변화에 주목한다.홍콩 반환이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핵심인 대중관계에 변화를 예고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의 심각한 관심은 필연이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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