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귀고 문화 배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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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친구들이 보내준 편지와 선물은 김다솔양의 보물1호다.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알고 싶다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펜팔을 해보자. 이메일과 메신저는 물론 손으로 쓰는 편지까지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김다솔(16·북인천여중3)양이 펜팔 예찬론을 펼쳤다.

“새해 복 많이 받아~ 2009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생기길!” 김다솔양은 얼마 전 중국 친구에게서 연하장을 받았다. “손으로 직접 쓴 연하장을 받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새해 선물까지 보내줘서 더 감동했죠.”

 김양은 2년째 일본·중국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해외펜팔을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들을 만난 김양은 일본 인기가수 ‘아라시’를 좋아하는 공통점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 처음에는 채팅으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아라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메일로 일상의 얘기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일본친구가 한국 가수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슈퍼주니어가 나온 잡지책을 선물해주고 싶더라고요. 잡지책과 한국 과자를 포장해 편지와 함께 보내기로 했죠.”

 처음에는 국제우편을 보내는 방법을 몰라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안전봉투를 구하려고 문구점을 몇 군데나 돌아다니고 소포비가 너무 비싸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다. “우체국 직원한테 소포가 무사히 잘 도착하는 건지 몇 번이나 확인을 받았어요. 혹시나 주소가 틀린 것은 아닌지, 우체부 아저씨가 소포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불안하기도 했고요.” 1주일 뒤 일본친구로부터 소포를 잘 받았다는 메일이 왔다. 김양은 “고맙다는 친구의 답장에 뿌듯하기도 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얼마 뒤 일본친구도 소포를 보내왔다. ‘아라시’ 사진과 일본과자·편지지 및 행운을 가져다 주는 날개부적 등 별의별 물건이 가득 담긴 선물상자였다. “그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좋아서 팔짝팔짝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죠.” 동봉한 일본어 편지에는 서투른 한글 내용도 들어있었다. 김양은 그 뒤로 더욱 적극적으로 펜팔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려야겠다고 결심, 한국의 교육제도·전통음식·역사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김양은 “독도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도 일본친구가 ‘다케시마’라고 말하는 걸 ‘독도’라고 바로잡아주면서 한국의 입장을 이야기해줬더니 친구가 이해했다”며 “문화 외교관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작년에 중국 쓰촨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중국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메일을 몇 통이나 보냈다. 다행히 아무 일 없다는 친구의 메일을 받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양은 아침에 일어나면 지구촌 뉴스를 항상 시청한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우 가깝게 느껴져요.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김양은 “요즘은 손으로 편지를 많이 쓰지 않아 해외펜팔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넷에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펜팔 사이트가 많다는 것. 이러한 사이트에 원하는 국가와 연령·관심사·소개글 등을 등록하면 쉽게 많은 친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답장이 바로바로 오는 것은 아니다.
김양은 “온종일 수십 명의 친구들에게 쪽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며 “관심사와 연령이 비슷한 상대를 골라 정성스럽게 글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팅과 이메일 같은 디지털 통신수단은 즉각 연락이 가능하지만 손으로 직접 쓰는 ‘스네일(달팽이·연락이 느리다는 뜻) 메일’을 이용하면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 직접 편지를 쓰면 속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고 외국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양은 “일본·중국 친구와 일본어로 편지를 주고받는데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 일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며 “올해는 JLPT(일본어능력시험) 2급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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