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요리 발전 뒤엔 왕실 든든한 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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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음식 세계화 본부인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는 방콕의 상무부 수출진흥국 사무실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9일 만난 이 조직의 책임자인 보라문 푸앙아롬(사진) 본부장은 “우리 음식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의 것이 아닌 글로벌 산업이자 문화라는 원칙에 따라 태국음식의 세계화를 지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필요하면 기꺼이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음식 세계화본부가 수출진흥국에 있는가.

“음식은 산업이고 문화다.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이 둘은 국가경제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쌀만 15억 달러가 넘게 수출했는데 태국음식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태국 쌀이 맛있다는 평가가 해외에서 나온 것이 큰 공헌을 했다. 해외 태국음식점에서 수입해 가는 음식 재료도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

-왕비가 태국음식 세계화를 지원한다고 들었다.

“2001년 정부가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부터 씨리낏 왕비가 큰 관심을 보이며 지원해 왔다. 다만 공식적인 활동으로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는 않고 후원자로서 지원하고 있다. 왕실은 배후에서 태국요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로 왕실 주방에서 일하던 최고 요리사가 퇴직하면 개인 식당을 열도록 허용한다. 그동안 왕실에서 의전용으로 개발했던 최고급 요리를 일반에 퍼뜨려 태국요리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태국요리는 대표적 국제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비결이 무엇인가.

“태국음식을 태국인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의 것이라고 여겨온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태국음식을 태국인의 것이라고 고집하면 맛에 발전이 없다. 태국음식점은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 현지화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이는 기업이 외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현재 전 세계에 1만1000여 개가 넘는 태국음식점이 있지만 아직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다만 지금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음식점보다 해외에서 태국음식점 개설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아 음식 세계화가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태국음식 전통의 맛을 지키며 현지화를 하나.

“태국음식의 특징은 맵고(spicy), 시큼하며(sour), 향긋하다(fragrant). 이 세 가지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맛의 등급을 정해 현지화한다. 매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은 덜 맵게 하고 대신 향기를 강조하는 식이다. 방콕 유명 음식점에서는 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처음에는 덜 맵고 덜 시큼하며 덜 향기롭게 요리하고, 체류기간이 길어지면 전통 맛에 가까운 요리를 내놓는다. 태국 요리사들에게 이 같은 단계적 요리 서비스는 기본이다.”

-요리사는 어떻게 양성하나.

“주요 대학에 모두 전통 요리학과가 있어 매년 수천 명을 배출한다. 국내 최고 수준인 수안 두싯 국제요리학교는 입학하기가 명문대만큼 어렵다. 호텔과 식당들이 설립한 요리학교가 방콕에만 30여 곳이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피플·위크앤 에디터, 방콕·홍콩=최형규 특파원,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뉴욕=남정호 특파원, 유지상·권혁주·이도은 ·전수진·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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