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KCC 2연승 ‘설날 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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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열린 동부와 SK의 경기에서 동부 강대협(中)이 SK 김민수(右)와 테런스 섀넌에게 둘러싸여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동부는 김주성이 발목을 접질려 빠졌지만 설 연휴 중 1승1패로 버텼다. [원주=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 중 프로농구는 치열했다. 삼성과 KCC는 그런 치열한 명절을 행복하게 지냈다.

삼성은 27일 KT&G를 90-84로 누르는 등 연휴 기간 꿀맛 같은 2승을 챙겼다. 27일 경기에서 이상민은 적재적소에 패스를 넣었고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와 애론 헤인즈가 55점을 합작했다. 연휴 전 LG와 공동 3위였던 삼성은 단독 3위가 됐다. 선두 동부와 4경기 차다.

삼성의 지난 일주일 여정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21일 동부와의 경기에서 5차까지 가는 연장 끝에 패한 것이 시작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잠도 자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5차 연장은 설날 밤새워 치는 고스톱이라 생각하면 된다. 밤을 새우면서 쳤는데 결국 돈 잃고, 몸 피곤하고, 시간 버리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23일 전자랜드전에서 89-83으로 승리하더니 25일 부산에 내려가 KTF에 연장 끝 역전승했다. 27일엔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캘빈 워너가 복귀, 정상 진용을 구축한 KT&G와의 속도전·체력전에서 또 이겼다. 삼성의 강철 외국인 선수 레더는 3쿼터 10득점을 몰아치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82-80으로 쫓긴 4쿼터 중반 연속 8점을 몰아넣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프로농구 사상 최장 기록인 5차 연장 끝에 패배, 가시밭길을 걸을 것 같았던 삼성은 이후 3경기를 모두 이기는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경기 전 “경기 일정이 너무 버겁다”고 불안해하던 안 감독은 3연승에 성공하자 “5차 연장에서 질 때 선수들에게 ‘한 경기 졌을 뿐이다.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너희들은 젊다. 젊은데 뭘 못 하겠나’라며 다독였을 뿐인데 알아서 잘해주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안 감독은 또 “선수들이 고비를 잘 넘겼고 팀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면서 좋아했다.

KCC도 연휴 기간 2연승했다. 하승진이 없을 때 맞춰놨던 팀워크가 잘 돌아가고 하승진은 팀의 승리를 지켜줬다. 하승진의 자유투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번 설의 큰 수확이다. 한때 9위까지 내려가면서 시즌을 포기할 것 같던 KCC는 19승17패, 중상위권의 강자로 부상했다. 선두 동부와는 6경기 차 다. 허재 감독은 현역 시절처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선두 동부는 연휴 1승1패를 해 25승11패다. 연휴 기간 중 KT&G에 지고 SK에 이겼는데 ‘작은 김주성’ 윤호영이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오리온스와 바꾼 외국인 선수 크리스 대니얼스는 아직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위 모비스는 괴롭다. 설 연휴 1승1패로 그런대로 버텼지만 외국인 선수 오다티 블랭슨이 다쳤기 때문이다. LG와 KT&G, SK, 전자랜드도 1승1패를 했다. 전자랜드는 27일 최하위 KTF를 꺾고 6연패를 끊었다.  

성호준·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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