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의 명분과 실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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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계에 관한 개혁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그러나 야당이 일제히 다음 정권의 개혁과제로 이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노조단체가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를 선언하고 나서 개혁의 전도는 불투명하다.자칫하면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목표로 한 개혁이 제2의 노동법사태처럼 정치나 사회문제화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정부로선 이처럼 개혁으로 영향받는 당사자가 모두 반대하는 개혁안을 왜 임기말에 처리해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할 어려움을 안게 됐다.

한마디로 정부는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명분과 실제의 괴리를 보임으로써 절대적인 국민지지를 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국회가 정부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해 어떻게 반영시킬 수 있느냐다.야당이 일방적으로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기자는 자세도 책임있는 정당의 태도는 아니다.또한 노조단체가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해 신중하게 검토된 사안에 대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정부안에 이견이 있으면 어디까지나 국회라는 심의과정의 틀속에서 진행시킬 일이다.야당이나 노조나 합리적인 대안 제시와 토론에 호소해야 할 것이다.

금융개혁의 본질이 금융감독체계를 둘러싼 재정경제원과 한은및 여타 감독기구간의 밥그릇싸움으로 전락하고 만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금융개혁의 본질은 말할 것도 없이 이제 몇년안에 생사를 걸고 외국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혁이어야 한다.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과제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금융개혁은 실제로 금융산업에 도움이 될 조치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왜 우리는 영역싸움에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안타깝다.

21세기에는 재경원이나 한은,혹은 다른 감독기구가 되었든지간에 부차적인 역할밖에 못한다.국회심의과정에서는 민간위주의 창의적인 금융시장발전을 돕기 위한 금융개혁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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