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루 종일 전 부치고 남편은 하루 종일 TV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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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이라 온 가족 친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국내외로 흩어져 살아가던 친지들 얼굴을 볼 수 있고, 밀렸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그로써 해묵었던 감정도 털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잘 알려졌듯이 명절이 모두에게 좋은 날은 아니다. ‘명절증후군’ 때문이다. “나는 하루 종일 전 부치고, 남편은 하루 종일 앉아서 TV 보고… 그이가 기껏 하는 일은 밤 까는 것밖에 없어요” 라는 둥 주부의 불평불만이 줄을 이을 만도 하다.

사실 지긋지긋한 가사노동,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주부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식욕저하나 메스꺼움, 소화불량을 야기하기 일쑤고 두통과 어지러움 증세도 흔히 나타난다. 그뿐이 아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친지들이지만, 언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고 갈등이 불거져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분명 반가움과 즐거움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스트레스라는 다른 얼굴이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주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결혼 문제, 취업난 등 젊은이를 괴롭히는 요소도 많다. 또 장시간의 운전은 운전자에게 육체적 피로에 더불어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불안∙초조∙무기력감 같은 증상도 자주 호소하는 것 중 하나다.

주부들이 특히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일방적인 노동’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는 곧잘 도와주던 남편들도 시댁에 가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중된 노동과 대우에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박탈감을 갖는 것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다음 예방법이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며느리들 간의 가사노동을 골고루 분담하는 것이 좋다. 편중된 노동은 육체적인 면을 넘어 정신적인 면에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둘째,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자. 선물이나 경비 부담은 식구들 형편에 맞추어 서로 배려하는 것이중요하다.

셋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긍정적 대화를 나눈다. 대화가 없으면 서로 이해의 폭이 좁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넷째,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부엌일을 분담하지는 못하더라도 남녀 평등의 문제를 인식하는 남편들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다섯째, 종종 쉬면서 일도록 한다. 좁은 자세로 장시간 일하다 보면 근육경련이 생길 수 있으므로주부는 종종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인 만큼, 누구라도 얼굴 붉히기보다는 서로 즐겁고 좋은 시간을 나누길 원할 것이다. 이해하고 배려하며, 덕담을 나누어보자. 어쩔 수 없는 명절증후군이라도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 질 것이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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