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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가입하면 망한다 아는 만큼만 골라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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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먼저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이 ‘신상’의 매력이다. 지난해 대세는 신상품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금융상품 시장이다. 지난해 시장이 크게 가라앉으면서 신상도 고전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2008년 신상품은 2007년 같은 달에 비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상은 당시의 유행과 소비자의 욕구를 가장 잘 반영한다. 장기 성과가 검증이 안 됐다는 약점에도 신상에는 이를 뛰어넘는 장점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상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판매사의 상술에 엮여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신상 개발의 ‘달인’들에게 투자 요령을 물어봤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우수 ‘금융신상품’ 개발자들이다. 답변자(수상 금융신상품)는 신한은행 황재호 상품개발부 과장(G1금거래계좌), 대우증권 이정훈 WM상품전략부 대리(기부형 프리미엄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장항진 상품개발팀장(현대글로벌인플레이션 연계채권펀드), 교보생명 정관영 상품개발팀장(무배당 교보가족사랑CI종신보험), 우리금융지주 이재수 개인금융기획팀장(우리모두론)이다.

‘신상’은 시의적절한 상품

무엇보다 차별화된 성과다. 신상은 이전 상품의 약점을 개선한 상품이다. 성과 비교가 수익률로 표시되는 펀드를 보면 신상의 장점이 분명해진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지난해 출시된 신상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했다. 21일 현재 1개월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 평균을 앞서는 것이 78개였다. 평균 이하는 64개에 그쳤다. 6개월 수익률은 신상이 월등하다. 비교 가능한 77개 펀드 가운데 51개가 주식형 펀드 평균을 웃돌았다. 6할6푼대의 타율을 자랑하는 셈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장 팀장은 “신규 펀드는 회사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회사 전체가 나서 노력을 기울인다”며 “수익률이 좋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존 상품이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금융지주 이 팀장은 “신상은 기존 상품의 개선 사항들이나 고객들의 새로운 욕구가 반영된다”고 말했다.

신상은 또 시의적절한 투자 상품인 경우가 많다. 금융회사는 당시의 금융환경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많은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놓으려 애쓴다. 대우증권 이 대리는 “신상품은 투자자에게 현재의 시장상황, 나아가서는 향후 시장에 대처해 수익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상에는 각종 부가 혜택도 붙는다. 판매사들은 홍보를 위해 특별한 혜택을 부여한다. 신한은행 황 과장은 “예건대 새로 나온 예금 중엔 몇 개월은 금리 우대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돌과 옥을 잘 가려라

신상의 가장 큰 약점은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성과에 대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신상 투자에 성공하려면 몇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자신의 투자 성향·목적·기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교보생명 정 팀장은 “보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무조건 보장 범위가 늘어난 신상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에 자신의 위험을 커버할 수 있는 상품이 좋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판매사 직원의 말에 휘둘려 몇 달 후 사용할 자금을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펀드에 가입하는 식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금 계획에 맞춰 적절한 투자 기간을 고려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이해할 수 있는 상품에만 투자해야 한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위험을 지는 셈이다. 지난해 문제가 된 ‘우리파워인컴펀드’가 그랬다. 많은 이가 판매사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의 80%를 날리는 낭패를 봤다. 장 팀장은 “투자설명서·약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판매사 직원에게 따지고 물어서라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신상은 유행 상품이다. 유행에 휩쓸리기 쉽다. 광고나 언론기사, 주변 의견에 혹하게 된다. 그러나 남에게 좋다고 반드시 자신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대리는 “유행 따라 하는 묻지 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언론에서 인기 폭발이란 상품을 보면 충동구매하기 쉬운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항상 수익과 함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이 세상에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주는 상품은 없다. 언제나 수익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황 과장은 “투자의 기본은 고위험 고수익”이라며 “고수익만 좇다가는 수익률 이면에 있는 투자 위험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 ‘몰빵’ 투자는 안 된다. 분산은 투자 위험을 낮춰주는 최선의 덕목이다. 자산을 분산하고 시간까지 분산해야 한다. 이 대리는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신상이라도 여유 자금의 50% 이상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투자 시기를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신상을 고를 때도 이미 투자하고 있는 상품과 겹치지 않는지를 점검해 자산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합형 상품 주목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 가운데서는 위험이 덜한 인덱스 펀드를 올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뚜렷한 시장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수료가 싼 인덱스 펀드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시장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단순한 상품 구조도 매력적이다. 장 팀장은 “지난해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체험했다”며 “올해는 이해하기도 힘든 복잡한 구조의 상품보다는 구조가 단순한 상품, 곧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펀드)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체감한 만큼 올해는 자산 배분형 상품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배분의 중요성은 시장 하락기에 빛을 발한다. 이 대리는 “지난해 투자자들은 자산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손실을 키웠다”며 “투자자가 직접 효과적으로 자산 배분을 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를 알아서 해 주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합형 상품도 주목된다. 이 팀장은 “펀드의 ‘투자성’과 보험의 ‘위험 대비’를 결합한 변액보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황 과장은 “최근 몇 년 새 증시 활황으로 고수익을 맛본 투자자가 많아 예·적금 금리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골드뱅킹이나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금융복합신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복합형 상품보다는 전통적인 상품이 집중 조명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 팀장은 “금융시장이 계속 불안하고 실물경기의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변액보험보다는 금리연동형 보험이,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뱅킹
예금통장에 돈을 넣으면 해당 금액만큼의 금을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금값이 오르면 나중에 찾을 수 있는 돈이 늘어난다. 금값이 떨어지면 찾는 돈도 적어진다. 금 실물에 투자하는 셈이지만 실제 금 실물이 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가세(10%)가 붙지 않는다. 금을 사고팔아 얻는 이익은 자본이득이기 때문에 비과세 대상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금 실물을 사는 것에 비해 소액(3만원 선)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 상품인 만큼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또 원-달러 환율에 따라서도 평가금액이 영향을 받는다.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주가지수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예금. 실적배당형 상품이지만 예금이기 때문에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입 시점보다 만기 시점에 코스피200지수가 20% 이내에서 오르면 연 10%의 수익을, 20% 초과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연 4%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받을 수 있는 최저 금리와 최고 금리는 상품마다 다르다. 다만 최저 금리가 높으면 주가지수가 올라도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고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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