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투자 자유화조치 배경과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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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해외직접투자 자유화조치는 최근 정부가 취한 대표적 규제완화 사례로 꼽힐 만하다.기업의 국경이 점점 없어지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 기업의 해외투자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이번에 규제를 과감히 푼 것이다. 〈관계기사 1면〉 다만 재무구조가 아주 나쁜 기업등 극단적인 경우에만 규제를 남겨 놓았다.예컨대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기업이 해외투자를 하는 경우처럼 누가 봐도 명백한 문제가 있는 투자에 대해서는 채권자 및 소액주주 보호차원에서 사전심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자금조달 의무비율을 없앤 것도 규제완화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이 제도는 95년10월 국내산업이 공동화(空洞化)되는 것을 막고 기업이 해외에서 지나치게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으나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사 왔다.

당시 기업들은 규제를 풀어도 시원찮은 상황에 되레 정부가 규제를 만들었다고 반발했고,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협상때 OECD측도 유사한 지적을 했다.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원제2차관보는“그동안 자기자금의 개념이 명확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OECD 가입때 이 제도를 올해말까지 폐지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번에 몇 개월 앞당겨 폐지한다”고 말했다.해외투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올해는 4월까지 18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6.5% 감소했다.

한편 재계는 이번 규제완화로 올 들어 침체된 해외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금조달 의무비율 폐지를 반기고 있다.이로써 해외에서 금리가 싼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활용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고임금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과 선진기술 습득이 필요한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중소기업중앙회도“중소기업의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내수경기가 우선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대우의 성기동(成基東)이사는“불경기로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어들고 한보.삼미부도등의 여파로 해외자금조달 여건도 만만치 않은 만큼 국내경기가 풀려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로 혹 빚어질지 모르는 국내산업 공동화 우려에 대해서는“국내에 기본적인 산업을 갖고 있으면서 경쟁력이 있는 곳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럴 우려는 없다”(전경련 李龍煥이사)는 입장이다.

유규하.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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