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보증금 3000억 돌려 받을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이행보증금(계약금)으로 낸 3000억원은 어떻게 될까. 한화는 지난해 11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입찰 금액의 5%인 3000억원을 산업은행에 냈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푼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주영 홍보팀장은 21일 “한화가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할인수 방안을 제안해 더 이상 협상이 어렵게 된 것”이라며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행보증금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 입장은 다르다. 노조의 실사 저지를 비롯해 본계약 결렬 책임이 산은에도 있고,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소송을 통해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 최영조 상무는 “3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실사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법률 자문 결과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도와주지 않아 이 회사의 잠재부실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최 상무는 “작은 아파트를 하나 사더라도 사전에 가서 꼼꼼히 보고 계약을 하는데, 6조원 넘는 물건을 사면서 실사해보지 않고 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산은 성 팀장은 “실사가 본계약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한화도 잘 알고 있다. 실사는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와 노조의 만남도 주선하려 했으나 한화가 “우선협상자는 법적으로 노조와 협상할 자격이 없다”며 만남을 피했다고 전했다. 법률검토도 충분히 했고 한화가 소송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 최 상무는 “MOU에 실사와 관계없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며 “노조 설득도 파는 쪽이 하는 것이지 사는 쪽이 할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이 같은 양측 간 대립에 따라 향후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