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연장, 65분 롱~구 된 농구 … 동부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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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2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삼성을 상대로 프로농구 최초 5차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끝에 135-132로 이겼다. 동부는 이번 시즌 삼성전 3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프로농구에서는 3차 연장까지 간 경기가 이날 삼성-동부전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있었다. 하지만 4차 연장과 5차 연장은 모두 처음이다.

프로농구 사상 첫 5차 연장까지 간 삼성-동부전 도중 동부가 득점에 성공하자 동부 선수들이 벤치에서 환호하고 있다. 동부는 혈전 끝에 135-132로 이겨 삼성전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호형 기자]


각종 진기록도 쏟아졌다. 이날 양팀에서 5반칙으로 퇴장당한 선수만 총 8명. 삼성에서 5명, 동부에서 3명이 5반칙으로 코트에서 물러났다. 양팀 점수 합계인 267점은 역대 한 경기 최다(종전 259점·1997년 11월 19일 오리온스-SK)이고, 동부가 기록한 135점 역시 역대 프로농구 팀당 한 경기 최다득점(종전 133점·1997년 11월 19일 오리온스)이다. 이날의 혈전은 총 65분간 이어졌다. 총 4쿼터인 정규쿼터 40분에 5분씩인 연장이 다섯 번 더해져 경기 시간은 65분에 이르렀다. 실제로 경기가 이어진 시간은 무려 3시간13분에 달했다.

동부는 주포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웬델 화이트가 41점을 넣고 이광재가 30점, 윤호영이 8점·5블록슛을 기록했다. 삼성 이상민은 트리플 더블급 활약(15점·11어시스트·8리바운드)을 펼쳤지만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이광재와 윤호영은 전창진 동부 감독이 금쪽같이 아끼는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시즌 초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천적 삼성을 만나 갈고 있던 칼을 꺼냈다. 이광재는 경기 초반부터 펑펑 외곽슛을 터트렸고 윤호영은 블록슛과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동부와 삼성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라이벌이다. 양팀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맞붙었을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이번 시즌 들어서도 앙숙 관계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특히 동부는 선두를 달리면서도 삼성만 만나면 무기력하게 졌다. 그 와중에 전 감독이 지난 삼성전 작전타임 도중 팀이 밀리자 “삼성은 플레이오프도 못 올라갈 팀인데 왜 이러냐”고 한 말이 중계방송을 통해 흘러나가면서 양팀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은 “동부가 우승을 하더라도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못 하게 하겠다”며 이를 갈았다.

이날 경기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러졌다. 4쿼터까지 양팀은 85-8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차 연장에서는 91-91, 2차 연장을 100-100으로 마무리했다.

3차 연장에서 동부에 위기가 왔다. 하지만 이때 동부 윤호영이 활약했다. 그는 동부가 100-107까지 뒤질 때 3점슛을 터트리며 승부를 4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광재는 동부가 113-117로 밀리던 4차 연장전에서 연속 4점을 넣으며 동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승부는 5차 연장전에 가서야 갈렸다. 동부 강대협(28점)은 접전 가운데 자유투를 연속 6개 성공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마지막 공격에서 애런 헤인즈가 턴오버를 범해 무릎을 꿇었다.

한편 부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SK가 통신 라이벌 KTF에 접전 끝에 74-70으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SK는 이번 시즌 KTF와의 맞대결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SK는 목 부상에서 복귀한 방성윤이 21점·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최하위 KTF는 공동 8위 그룹과 승차가 6경기로 벌어졌다. 

채준 기자 ,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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