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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性추문으로 홍역 - 고위장성들 염문 드러나 잇따라 퇴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군내 섹스 스캔들이 바람잘 날 없다.올들어 메릴랜드 애버딘 육군훈련소에서 드러난 훈련교관.조교들의 강간.간통사건,미국 최초의 여성 B-52 폭격기 조종사 켈리 플린 중위의 불륜등으로 기소와 유죄판결이 거듭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번져가던 군내 성추문은 급기야 요 며칠사이 미 육.해군의 장성들마저 직위해제되거나 조기퇴역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애버딘훈련소장 존 롱하우저 소장은 지난 2일 1계급 강등돼 사실상 강제 전역됐다.5년전 부인과 별거중 여군무원과의 염문이 뒤늦게 제보됐기 때문이다.지난주엔 해군소장 미첼이 직위해제됐다.여자 부하에 대해 끊임없이 관계를 요구한 혐의였다.곧이어 미 남동군사령부 산하 육군병원들을 관리하는 스티븐 제나키스 준장도 직위해제됐다.암투병중인 부인을 간호하던 간호군관과의 간통사실이 제보된 탓이다.

게다가 클린턴의 오랜 친구이자 전교통부장관의 아들이며 육군 최고 법무관인 윌리엄 콜맨은 부하 여직원들에게 저질농담을 건네고 성적인 내용이 노골적으로 묘사된 랩 음악을 사무실에서 크게 틀어놓았다는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군내 성추문 소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국방부에 설치된 직통제보 전화에 이미 1천3백여건의 각종 성추문 비리가 제보돼 있고 이중 3백39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성희롱 파문이'마녀사냥'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최근에는 미 국방부도 동요하기 시작했다.특히 새 합참의장후보로 강력히 거론되는 조지프 랠스턴 공군대장의 과거가 문제되자'창백한 공포'가 군내부를 휩쓸고 있다.랠스턴 장군은 부인과 별거중이던 13년전 대령 시절 국립전쟁대학을 함께 다니던 미 중앙정보국(CIA)여직원과 사랑에 빠졌고 결국 부인과 이혼했다.

이같은 내용이 군에 제보되면서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고민에 빠졌다.하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과 협의 끝에 코언은 5일 기자회견을 자청,랠스턴을 변호했다.랠스턴의 경우 명령계통 아래 놓인 부하직원과의 일이 아니어서 군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실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코언 국방장관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미 언론들은 그가 랠스턴을 변호하겠다는 뜻보다는 옥석을 구분하지 않은채 번져만 가는 현재의 성추문 조사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다시 말해 냉전소멸후 소련이라는 적이 없어졌으니 스캔들이나 들추고 있다며 군의 성추문 조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과,한편으로는 군내의 성희롱을 더욱 엄격히 근절해야 한다는 여권운동가들의 바람 사이에서 나름대로 고통스런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사진설명>

랠스턴 공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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