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전경 사망으로 학생운동권 세력 약화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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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지웅(22)상경이 2일 오후 시위현장에서 숨진 사건은 점점 위축되고 있는 학생운동 세력을 더욱 급격히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위진압 도중 전경이 숨진 것은 지난해 8월21일 연세대 한총련 사태당시 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진 김종희(20)상경이후 9개월만의 일. 지난해 이 사건으로 모두 5천8백48명의 학생이 연행돼 4백62명이 구속되고 3천3백41명이 불구속입건되면서 학생운동은 치명타를 맞으면서 수면하로 접어들었다.

지난해말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도 학생들은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학생운동의 대목이라 할 수 있는 대선(大選)을 앞두고 사회 각계에서 백화제방(百花齊放)식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한총련은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일관했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서장은 출범식 직전“학생들이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은 지난해 연세대사태 당시 입은 타격 때문이다.그때 학생들을 그대로 놓아뒀더라면 올해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한총련은 이번 제5기 한총련 출범식에서도 세몰이에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범식 예정지인 한양대에 모인 학생들은 1만2천여명으로 경북대에서 열린 제3기 출범식및 전북대에서의 제4기 출범식등에서 3만명 이상이 모인 것에 비하면 절반이하의 규모였다.이 과정에서 전남대.조선대생이 주축이 된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 연합(남총련)학생 8백여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달리는 열차를 세워 상경,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도 학생들로서는 자충수.학생들은 서울에 도착한 뒤에도 전철 선로를 무단횡단해 이동,전철운행을 방해하는'무법'을 일삼았고 4일째 계속된 시위로 도심교통을 마비시켜'도심의 무법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은 3일 오후 한양대에서 출범식을 강행할 것을 천명했고 이 과정에서 유상경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한총련측은 사인(死因)에 대해 “학생들이 쇠파이프로 때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으나 책임의 상당부분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 검찰도 이날 오후 즉각“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을 가려내 엄중 처벌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서 만일 유상경의 죽음이 시위학생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학생운동은 또 찬서리를 맞게 될 전망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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