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選 남은 돈 私有 안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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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현철(金賢哲)씨가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대선 남은 돈 1백20억여원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청와대와 검찰의 종용을 거부했다는 보도는 어처구니없다.金씨는 이 돈이 동문기업인들에게서 받은 것으로 무슨 죄가 되느냐며 사유(私有)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또 알선수재와 탈세 등 그의 구속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수십억원의 추징금과 벌금을 물어야 할 입장이어서 그 남은 돈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이유야 어떻든 우리 눈에는 金씨의 고집이 철없는 행위로 비칠 뿐이다.

金씨의 주장은 우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그 돈이 무슨 돈인가.아버지의 대선활동을 위해 조성한 돈이다.남은 돈을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면'정치자금'으로 치부했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더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취임이후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고,가족들의 재산이 한푼도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오지 않았는가.남은 돈이 사유재산이라면 정치장사라도 했단 말인가. 나라는 지금 대선자금 문제로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혼미상태다.어차피 드러난 돈에 미련을 못 버린다면 아버지의 입장을 더 어렵게 하는 불효(不孝)와 정국을 악화시키는 불충(不忠)을 저지르는 것일 뿐이다.

金씨는 자중하고 이 돈을 국가에 내놓아야 한다.金씨로선 대선 남은 돈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자연인의 입장에서 사조직을 통해 조성한 돈으로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돈은 검찰수사를 통해 감출 수 없는 실체가 돼버렸고,金대통령 대선자금의 일부임은 분명하다.

백보를 양보해도 그 돈은 증여된 것이며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상태다.증여세 부과라는 해법이 채택된다면 그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고,그렇게 되면 대선자금 수사를 촉발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金씨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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