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지자체한국자본유치작전>上. 기타큐슈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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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한국기업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규슈(九州)지역 시.현들의 노력은 집요하기 그지없다.경제의 지방분산은 지자체 스스로의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일본 지자체들이 벌이는 한국자본 유치경쟁을 3회의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기타큐슈=김국진 특파원]“도쿄는 필요없다.규슈의 발전은 이제 한국에 달려 있다.” 기타큐슈(北九州)시청 국제경제부의 야마사키 아키라(山崎明.50)부장은 기타큐슈시의 대한(對韓)경제정책을 설명하는 두툼한 한글자료를 펼쳐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6년전 스에요시 고이치(末吉興一.63)시장의 경제브레인으로 영입된 그는 지난 20일 전경련에서 허락받은 단 20분간의 투자유치 브리핑을 위해 서울로 날아 올 정도로 한국과의 경제교류에 열성적이다.

그는 한글을 모른다.그러나 한국인을 상대로 브리핑을 할 때면 반드시 한글자료를 내밀고 한줄 한줄 정확하게 짚어 가며 설명한다.2년전에는 국제경제부안에 일본 유일의'한국담당계'도 만들었다.

기타큐슈시 도쿄주재원 가도야 노리오(廉屋則夫)과장의 명함에는'도시 세일즈맨'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도쿄의 한국현지법인에 작은 선물꾸러미를 들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그는“토지.물가가 비싸고 시장도 폐쇄적이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한국기업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10년후에라도 일본을 찾아 주실 때면 맨먼저 저희 기타큐슈시를 검토해 달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야하타(八幡)제철소(현 신일본제철)를 비롯해 시멘트.석탄등 관련산업이 밀집해 4대 공업지대의 하나로 꼽혔던 기타큐슈시는 요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산업공동화(空洞化)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기타큐슈시가 자랑하던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엔강세 이후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타큐슈를 2005년까지 국제교역 및 첨단기술의 도시로 바꿔 놓겠다는'르네상스구상'은 스에요시 시장이 고심끝에 내놓은 처방전이다.

“일본은 한국의 상품을 모르고,한국은 일본의 취향을 모른다.” 야마사키부장은 한국제품이 일본시장을 뚫지 못하는 이유를 이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가 한국기업의 진출을 유도하는 가장 큰'당근'은 거대한 규슈시장이다.연간 역내총생산(GRP)이 약 4천억달러로 한국 전체시장 규모에 필적하는 규슈경제권을 지척에 두고서도 한국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것은'불행한 일'이라고 꼬집는다.

그 다음으로 내세우는 것이 비교적 낮은 진출비용.10여종이나 되는 한글자료에는 도쿄의 3분의 1,오사카(大阪)의 절반밖에 안되는 공업용지 분양가격과 낮은 평균임금.생활비용등을 알리는 그래프가 어김없이 들어 있다.95년 임해공업용지의 실제분양가격은 평방당 평균 22만원 정도.진출기업에 연간 1.8%의 저리로 최고 1천8백만달러까지 장기융자를 알선해 주며 각종 세제혜택,고용.생산시설에 대한 보조금제도가 있다는 사실도 빠뜨리지 않는다.

시장을 비롯한 기타큐슈의 모든 관계공무원은 3~4년전부터'도시 세일즈맨'을 자처하면서 매년 수백명의 한국기업 관계자들을 기타큐슈시로 불러들여'미래형 산업도시'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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