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뚫리자 값싼 대도시로 원정쇼핑 지방마다 상권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국 곳곳에서 지방 상권이 대변동을 겪고 있다.

새 도로망 확충으로 30분~1시간이면 도시간 이동이 가능해지고 지역 거점도시에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상권 이동 현상이 심화돼 중소도시 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내고장 물품사기운동,물건값 내리기,고객 친절운동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별반 효과가 없어 고심중이다.

충남공주시내 재래시장 상인 3백여명은 이달초'공주 상권 지키기 모임'을 구성했다.올들어 가게마다 매출이 종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전~공주간 4차선 확장 도로가 연초 부분개통된뒤 이동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데다 지난해 대전에 세이.까르푸등 대형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연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옥천.조치원.논산등 최근 대전과 연결되는 도로확장 공사가 끝났거나 진행중인 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심지어 충남 내륙지역인 홍성군도 영향을 받고 있다.지난달 홍성읍오관리 현대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朴모(39)씨는“1백여만원짜리 냉장고를 외지에서 사도 10여만원 이득”이라며“요즘은 이웃주민들이 대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지역 5백여 점포와 재래시장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30%정도 준 것으로 나타났다. 95년 대구~안동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된뒤 통행시간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데다 지난해 11월 대구시관음동 중앙고속도로 칠곡인터체인지 부근에 생긴 대규모 할인점 동아델타의 영향이다.동아델타는 30~50분 거리인 경북예천.의성군 상권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주~순천 구간이 4차선으로 확장된뒤 진주.사천.하동등 서부경남지역 사람들은 전남순천으로 대거 쇼핑에 나서고 있다.순천 뉴코아백화점의 조사 결과 평일 고객중 진주.하동등 경남지역에서 오는 고객이 지난해말에는 1.5%를 차지했으나 올들어 2배로 늘어난 3~4%나 됐다.주말에는 6~7%로 늘어난다.

뉴코아백화점측은 하동.진주.사천지역에 한달에 네차례 4만~5만장의 광고전단을 뿌리고 있다.

이쯤 되자 안동시는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최근 고객 친절운동,내고장 물품구입하기,물건 싸게 팔기운동을 펴고 있으나 상권 회복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공주대 조창연(趙昌衍.지리학)교수는“도시 사이의'접근성'이 높아질수록 큰 상권이 작은 상권을 흡수하는 현상은 일반적인 추세”라며“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시장을 선택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므로 지역상권을 지키기 위해선 가격과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길러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최준호.김선왕.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