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을 배제하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7호 03면

“7700만 명의 베이비부머(1946~64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년으로 접어드는 2030년께에는 노인용 보행 보조기의 수가 유모차의 수를 웃돌 것이다.” 경제학자 로런스 코틀리코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년 인구의 증가, 경제적 불안정,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함 등이 마치 시한폭탄의 초침처럼 들린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울림과 떨림 -한 주를 시작하는 작은 말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어떻까요. 50년 넘게 일한 ‘숙련된 인재’들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 팔을 걷어붙이는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고.『앙코르』의 저자 마크 프리드먼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근로인생 전반부에 축적한 기술을 한 차원 높은 인생 2막의 목표에 적용하는 ‘노련한 시민’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겐 성공 대신 변화, 돈보다 의미가 더 중요하다. 이들은 1~2년의 휴식 이후 다시 ‘앙코르 커리어’로 새 삶을 살며 개인적 바람과 노동시장의 균형과 사회적 안정에 부합한다.”

그래서 그는 2030년 이후 이런 분석이 나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에이 그럴 리가, 전체 인구 중에서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숙련된 노동력을, 그것도 생산성이 한창 높을 나이에 배제하고서 어떻게 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겠어? 아니, 그런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단 말이야?”

하지만 당장 청년실업이 심각한 이때 저자의 주장이 너무 이상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법합니다. 고용주들이 ‘늙은이’를 쓸 것이며, 쓸 만한 노년 인력이 있겠느냐는 것이죠.

그렇지만 사람에겐 자신의 능력을 남을 위해 쓰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 누구나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할 때, 그래서 “일하기엔 늙었고 죽기엔 젊은 존재”가 그동안 쌓은 ‘지혜’와 ‘연륜’을 파는 일꾼으로 변신할 때 사회는 변혁하는 게 아닐까요. 집에만 있던 여성들이 사회로 나와 어느새 우먼파워를 과시하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