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두 거인 출전시간 불평 … 감독들 “웃기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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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출전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나.”-하승진.

“내 기량 판단은 내가 한다.”-서장훈.

프로농구 두 거인의 안하무인격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CC의 하승진(2m22cm)은 15일 KT&G전이 끝난 후 출전 시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앞서 같은 팀에 있던 서장훈(2m7cm)은 출전 시간이 적다며 공개적으로 불평하다 트레이드를 요구, 전자랜드로 옮겼다. 최근 서장훈은 인터뷰에서 “내 기량 판단은 내가 한다”고 말했다. 감독들의 판단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감독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웃기는 일” 이라면서 “승패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지듯이 출전 결정도 감독이 한다”고 잘라 말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도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출전하면 농구는 한 팀에 12명씩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불쾌해 했다.

김남기 대표팀 감독은 “선수 자신보다 감독의 눈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하승진은 선수 기용의 ABC도 모른다”고 평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간판 스타 스테판 마버리를 보자. 그는 연봉이 2190만 달러(약 297억원)인데도 올 시즌 절반이 지나도록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마이크 드안토니 감독은 마버리가 불성실하다며 아예 외면했고, 구단 고위층에서도 감독을 채근하지 않았다. 특정 선수에게 휘둘리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면 팀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반응도 차갑다. “자유투 성공률이 33.7%로 기본기도 떨어지는 하승진이 불만을 표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류다. 조성태 성균관대 감독은 “서장훈과 하승진 모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스타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KCC의 정찬영 사무국장은 “서장훈 건은 그렇다치고 하승진 건은 아직 어린 선수가 자신의 기분을 여과없이 표출한 해프닝에 불과하다”면서 “하승진도 나중에 허재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농구 관계자들은 “팀 스포츠의 기본인 협동과 희생정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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