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산부인과' 새 시도 관심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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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승전결의 고전적 이야기구조에서 벗어나 좌충우돌식으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작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사회의 막가는 인생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형상화시킨 듯한 '3인조'(박찬욱감독)가 24일 개봉돼 주목받은데 이어 인간 탄생여부의 갈림길을 묘사하는 박철수감독의'산부인과'가 31일 개봉,우리 영화팬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3인조'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요즘 세태에 압박감 해소를 위해 동원될 수 있는 갖가지 폭력과 유머가 신나게 나열된 작품이라면 '산부인과'는 생명탄생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나열한 듯하다.

따라서 영화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좇는 것보다 순간순간 장면마다 솟아나오는 풍자와 문제 제기들을 음미할 만하다.

박철수감독은 이러한 소재선택과 전개방식을 두고“가십으로서의 영화”라고 규정해 버린다.그는“영화로 장엄한 서사시를 보여줄 수도 있고,가슴 뭉클한 서정시같은 것도 나타내지만 신문의 가십같은 영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철수감독은 음식과 배설의 문제를 파헤친'301.302',장례를 치르는 방식을 다룬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등과 함께'산부인과'로 인생 실존의 주제들을 표현한 작품을 연속적으로 출산하고 있는 셈이다.박철수감독은'가십치고는 너무 강렬하게'출산장면들을 노출시켜 다소 충격을 주기도 한다.그러나 '생명탄생의 순간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이며,그것에 충격을 받는 것이 오히려 창피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작품의 바탕에 깔린 의도라는 것. 결국'3인조'나'산부인과'는 적당히 덮어두었거나 막연히 신비화시켰던 우리사회의 제도와 잠재의식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해체하고 비신비화하려고 시도하는 셈이다.

가십이 존재이유를 가지려면 순간적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엄숙한 체,신중한 체 하면서 저열한 위선에 머무르는 기성의식을 통렬하게 파괴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그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으로 넘어갔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평범한 이아기 구성보다 예기치 못하는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나열하는 새 형식의 영화 '산부인과' '삼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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