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國益차원 접근 필요한 황장엽의 對北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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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기부에 의해 지난 5월9일 공개된 황장엽의 대북정보가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있다.때문에 올바른 인식을 위해서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황장엽의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황의 대북 군사정보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가 부족했다.국회정보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추궁했으나 추측성 답변밖에 얻을 수 없었다.황의 진술을 정략적으로 거부하여서도 안되지만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1백% 신뢰해 무조건'새로운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도 아니다.우리는 황장엽 정보를 한.미가 합동으로 보유한 기존정보들과 비교 종합평가해 그 신뢰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검증절차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둘째,'3일내 부산점령'은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결론적으로 그것은 현실성.합리성을 결하고 있는 실현불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한국에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가 구축돼있고,한.미연합군이 가지고 있는 감시체제와 전력은 세계 최첨단이다.북한의 기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지금까지 한.미연합군은 수많은 전술훈련과 워게임을 통해 북한군이 전선을 뚫고 진출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분석해 왔는데,그 결과는 3일동안 겨우 주방어선을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사회를 일시에 혼란속에 빠뜨릴 만한 많은 수의 특수부대를 동시투입할 수단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으며,이 경우 우리사회는 최초단계 투입시 일시적인 충격은 예상할 수 있으나 2,3차투입시에는 우리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따라서 3일내에 점령한다는 전략적 가정과 계획은 황당무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황씨의 진술내용이 구체성이 없고,북한의 전략이 무리한 가정에 입각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황장엽씨의 정보를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안보태세를 굳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안기부를 비롯한 국가정보기관은 황장엽의 진술내용을 검증없이 국민에게 공개할 것이 아니라 그가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 객관적이고,구체적으로 검토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군사대비태세 확립에 이용해야 할 것이며,군은 북한이 구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북의 초전 특수부대 투입에 대한 대응태세확립에 우선적 주의를 기울이면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조용하고 내실있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정부.여당은 안보문제를 어떠한 경우에도 국내정치에 악용하는 선례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안보태세를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리더십의 신뢰문제다.불신은 안보의 최대 적이며,신뢰의 바탕은 안보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안보태세 확립은 국민적 공감과 참여의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천용택 국회의원.국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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