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국 新방위구상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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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9일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은 클린턴 집권 2기의 방위전략과 전력구조 대강을 담은'4개년 방위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이 보고서는 미국의 21세기 안보환경,위협평가,군사전략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전력규모의 하향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코언보고서는 93년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탈냉전시대의 군사력축소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85년 4천억달러에 달하던 미국 국방비가 97년 2천5백억달러로 감소했고 2001년까지 이 수준에서 동결될 전망이다.국방예산감소와 더불어 미국의 전력 역시 크게 축소됐다.육군은 18개 사단에서 10개 사단으로,해군은 15개 항공모함 전투단에서 11개 항모 전투단으로,공군은 24개 비행전투단에서 12개로 각각 감축된 바 있다.이는 냉전 전력과 대비할 때 35%정도의 감소를 의미한다.

코언 국방장관은 이러한 전력감축에도 불구하고 두개의 전장(戰場)에서 동시에 승리를 구축한다는 기존'윈-윈'전략의 실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구체적으로 북한과 이라크가 동북아와 걸프해에서 동시에 군사도발을 감행한다고 해도 이를 즉각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력감축과 기지폐쇄,병참지원의 축소,그리고 기구통폐합에서 얻어지는 가용자원을 무기및 장비현대화에 투자함으로써 패권력(覇權力) 유지에 필요한 적정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코언보고서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최소한 2010년까지는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또한 기존 전력으로도 국지적 분쟁이나 전략적 불안정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러나 동시에 2010~2015년에 가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대한 주요 도전국가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클린턴 집권1기의 방위구상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92년에 발간된 랜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서도 지적돼 있듯이 현재의 전력으로는'윈-윈'전략의 효과적 실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더군다나 군사력 투사능력.이동능력,그리고 병참지원상의 기본적 제약들을 고려한다면'윈-홀드-윈(1개 지역 승리,1개 지역 억제 승리)'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불충분한 전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력상의 취약성을 보완하면서'윈-윈'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분쟁지역의 주요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압력을 증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조지프 나이 전국방차관보가 지적했듯이 제휴전쟁개념하의 방위비 분담만이 미국의 이러한 전략구상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탈냉전과 민주화의 기류가 드세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미국이 원하는 동맹국의 방위비분담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2010년 이후 중국을 잠재적 도전국으로 암시한 대목도 문제시된다.과거 냉전시 소련이라는 주적(主敵) 때문에 국방비증가가 용이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그러나 같은 논리에서 중국을 잠재적 위협세력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이는 오히려 중국의 반발을 유발,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지역패권야욕을 가속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윈-윈'전략의 지속적 고수를 공표하면서 북한을 하나의 중요한 위협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는 대목이다.그러나 미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의 가변성,동북아 전진배치전력에 대한 미래의 불투명성,그리고 방위비 분담압력 등을 감안할 때 아직도 불확실성의 여백이 남아있다 하겠다.

결국 미국의 전략구상에 관계없이 자주국방의 기틀을 성실히 다져 나가는 것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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