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게 헌정합니다’ 시인 10인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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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늘 보트 한 척이 강으로 나아가네…짙은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온다고들 하지만 지금 우리 위엔 찬란한 태양빛뿐…(A boat is sliding into the water…pointing to the heavy clouds in from every side but now above us only the sun’s golden rafters…).”

2001~2003년 미국 계관시인(poet laureate)이었던 빌리 콜린스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을 축하하기 위해 쓴 시 ‘물에 띄우다(launch)’의 내용 중 일부다. 빛나는 태양 아래 강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보트의 이미지로 오바마 대통령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계관시인은 원래 영국 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다. 미국은 1937년부터 시행해온 ‘시 고문’ 명칭을 86년부터 바꿔 의회도서관에서 시 부문 고문의 지위를 갖는 사람에게 이 칭호를 주고 있다.

AP통신은 콜린스 등 시인 10명에게 오바마의 취임을 축하하는 시를 의뢰해 받은 후 13일 발표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줄리아 알바레스는 61년 로버트 프로스트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때 낭송한 시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축하 시를 창작했다. 당시 프로스트는 “우리가 이 땅에 속하기 전 이 땅은 우리의 것이었다”로 시작하는 자신의 ‘아낌없이 주는 선물(The Gift Outright)’이란 시를 암송했다. 하지만 알바레스는 시에서 “이 땅은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우리는 우리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 땅을 얻었다”며 로사 파크스, 마틴 루서 킹, 제시 잭슨 등 흑인 인권운동가들과 오바마를 거론했다.

‘컬러 퍼플’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앨리스 워커는 “세상은 변했다. 깨어나 가능성을 찾아내라”고 노래했다. ‘카우보이 시인’으로 유명한 테드 뉴먼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오바마 정부 출범에 기대감을 보였다.

20일 오바마 취임식장에선 예일대에서 흑인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엘리자베스 알렉산더 교수가 축시를 낭독한다.

미 대통령 취임식에 시인이 초대돼 축시를 낭송하는 것은 네 번째다. 86세의 프로스트가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게 처음이었다. 빌 클린턴은 두 차례 취임식 때 앨릭스 헤일리의 TV 드라마 ‘뿌리’에서 주인공 쿤타킨테의 할머니 역을 맡은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안젤루와 아칸소 출신의 시인 밀러 윌리엄스를 각각 초대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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