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생활지혜 모아 책펴낸 임양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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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집에 있으면서 도대체 뭐했어?” 하루종일 쓸고 닦아도 남편 입에서 이런 소리가 터져나올때 주부들은'살림밖에 할줄 모르는'자신이 원망스러워진다.

주부 염양순(廉良順.39.사진)씨도 그랬다.신혼초 시할머니.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배운 야무진 살림솜씨,분가후엔 각종 신문.잡지를 꼼꼼히 스크랩해가며 쌓은 생활의 지혜들이 별 것 아닌 줄로만 여겼다.

지난해말 이삿짐 정리를 하다 주부경력 15년간의 스크랩북들이 라면상자 하나에 가득 차는걸 보고 廉씨의 생각이 달라졌다.'살림도 아무나 잘하는게 아니다,내가 가진 살림의 노하우도 커다란 자산이다'는 자신감이 문득 든 것이다.뒤늦게 廉씨의 남다른 노력을 알아챈 남편이 스크랩북들을 손수 들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4개월간 다른 주부들도 알아보기 편하게 정리한 廉씨의 살림노트가 최근'미시를 위한 깜짝 생활아이디어'란 책으로 나왔다.

“사실 남들도 다 아는 내용이 아닌가 싶어 망설이기도 했어요.하지만 아는 것과 직접 해보는건 다르잖아요.책에 수록된 아이디어의 대부분이 제가 집안 살림하며 요긴하게 활용하는 것들입니다.” 예컨대 ▶국수 삶을땐 국수 한가락을 타일벽이나 유리창에 던져보아 착 달라붙으면 알맞게 익은 것이고 ▶흰빨래는 말린 귤껍질을 끓인 물에 5분간 담가두면 삶을 필요가 없으며 ▶오래된 스티커는 헤어드라이어로 1분만 쐬면 잘 떨어진다.요즘도 항상 수첩과 펜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미처 몰랐던 얘기를 들으면 메모하곤 하는 그를 동네주부들은'만물박사'라 부른단다.

“살림에 아이디어를 활용하다보면 자연히 알뜰해지게 돼요.재단은 못하지만 어른들이 입던 옷에 아이들의 옷을 대고 잘라 딸.아들의 옷도 직접 만들어줍니다.”고향친구인 남편 이선종(李善鐘.39)씨와 딸(15).아들(13)이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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