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문 기사없는 1면제작.독자투고 섹션 발행등 개혁 단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펜실베이니아주)는 일요일자 신문 1면에 뉴스기사를 단 한줄도 싣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당일 지면의 주요기사 안내가 큼지막한 관련 사진이나 만화와 함께 게재된다.

독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샌호제이 머큐리 뉴스(캘리포니아주)는 독자들의 투고를 집중적으로 싣는'셀리브레이션'이라는 별도의 섹션을 주1회 발간한다.

투고내용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겪는 고충과 보람등 대부분 가슴 훈훈한 이야기들이다.이 섹션은 현재 가장 인기있는 지면으로 꼽히고 있다.

세인트 피터즈버그 타임스(플로리다주)는 미국신문으로는 드물게 29회에 걸친 장기 연재물을 실었다.

'믿음,배신,그리고 구원'이라는 제목의 이 시리즈는 자기 몰래 동성연애를 했던 남편이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한 부인의 실명 수기였다.

시리즈가 연재되는 동안 부수는 크게 늘었다.

미국 신문들이 최근 이처럼'독자들과 가까워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읽는 부담을 덜어주고 직접 말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며,'신문기사=내 주변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기에 분주한 것이다.

이는 전파.전자매체의 발달로 사람들이 신문을 멀리하는 추세 속에서 독자들을 계속 붙들어 놓기 위한 변신이다.

최근 미국신문협회 조사로는 주중에 신문을 읽는다는 성인이 70년대에는 77.6%였으나 95년에는 64.2%로 줄었다.

뉴욕 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등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큰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은 이미 딱딱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톱으로 올리지 않는게 보편화됐다.

언론계에서는 이같은 추세를 환영하기도 하지만“독자의 비위를 지나치게 맞추려다 보면 전래의 감시자.비판자로서의 역할을 잃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