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초선 모임, 盧대통령에 힘이자 부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초선 의원 모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담이자 힘이다. 모임의 첫 전체회의가 있기 하루 전인 4일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에 불필요한 간섭이나 논란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김혁규 의원 총리지명 문제 등 자신의 고유한 권한에 대해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온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초선 의원들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선언은 여권 내 역학관계에 긴장도를 높일 것이다. 이들은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의 의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 108명을 '108 번뇌'라 불러 왔다. 이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경우 당내 최대 정치세력이 된다. 국회의원 299명 중 3분의 1이 넘는 숫자이기도 하다.

모임을 주도한 준비위원들은 이미 지난달 19일 첫 준비모임에서 당 지도부에 날을 세운 바 있다. 민변 출신의 임종인 의원은 당시 "당 지도부의 '초선 의원들의 군기를 잡겠다'는 말에 모욕을 느꼈다"며 무조건 지도부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 라이스대 교수 출신인 채수찬 의원도 "주한미군 이라크 재배치 등 문제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문희상 당시 대통령정치특보에 대해서도 일부 초선 의원은 당청 간 공식채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준비모임은 개혁 우선 순위 입장도 정리했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달 19일 모임에서 "우리 앞에 놓인 개혁과제들이 신념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강고한 신념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혁 문제에 관한 한 초선 의원 모임은 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발족 취지문에 경제.정치.언론 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말이 있다. 참여정부가 주장해 온 개혁과제가 시행과정에서 일탈할 경우 집단적인 목소리로 바로잡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의 문제에서 '개혁 후퇴'라는 인상을 보인 당 정책위에 초선 의원 상당수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초선인 김태년 의원은 4일 "정치개혁의 출발점은 정당개혁"이라며 "상향식 정당 운영에 초선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법 개혁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선봉에 초선이 나서야 한다"는 말도 했다. 역시 초선인 김현미 의원도 "우리의 가치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초선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08명의 초선 의원 전체가 각각의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초선 의원 모임을 주도한 의원들도 "70~80명 정도의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선 의원들이 개성이 강하고 이념적으로도 다양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